서울 시내의 한 렉서스 자동차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렉서스 자동차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풍족한 한가위에도 마음고생을 겪는 이들이 있다. 급작스러운 한·일 경제전쟁으로 된서리를 맞은 일본자동차 기업 관련 한국 직원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차량 판매 실적이 생계로 직결되는 딜러사 영업직원들은 하소연도 하지 못하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일본차 판매량은 1398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9% 감소했다. 한·일 경제전쟁으로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2674대 대비로도 47.72% 줄어든 수치다.

브랜드별로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포함해 지난해 8월 1886대를 팔았던 도요타는 지난 8월 1145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혼다는 724대에서 138대로, 인피니티를 포함한 닛산은 637대에서 115대로 쪼그라들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지역별 판매와 AS를 맡는 판매사를 두고 있다. 판매사에 소속돼 차량을 파는 영업사원들은 차량을 판매할 때 받는 성과금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수입차 브랜드와 판매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직원이 수십 명에 그치는 판매사에서는 매우 낮은 기본급을 주거나 그나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일본차 브랜드 판매사에 근무하는 A씨는 “사실상 지난 8월부터 성과금이 끊겨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 역시 한국인이고 한일 갈등을 잘 이해하기에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계약금을 모두 돌려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면서도 “사태가 길어지고 더 악화되니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 생계가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해당 브랜드는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월 15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지급한다. 2인가구 최저생계비(174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A씨는 추석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떳떳하게 일했던 직장이 한 순간에 비난의 대상이 됐다. 친척들을 만나봐야 대안 없는 잔소리만 듣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렉서스 자동차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렉서스 자동차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다른 일본차 브랜드 판매사에 근무하는 B씨는 최근 독일차 영업에 나섰다. 해당 판매사가 일본차와 함께 독일차 영업권을 가지고 있던 덕분이다. B씨는 “면접을 보고 새로운 근무지로 출근하기로 했다. 해고와 재취업 과정을 거친 셈”이라며 “회사도 개인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은 일본 정치인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국법인 철수설이 제기된 일본차 브랜드도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닛산은 해당 보도가 “근거 없는 추측성”이라고 밝혔지만, 닛산 본사 관계자는 한경닷컴의 문의에 “(관련 내용을)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닛산이 국내에서 철수할 경우 본사에서 파견된 일본 직원 5명을 제외한 한국닛산 직원들과 판매사 직원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발생하게 된다. 소송 우려 등을 감안해 최소한의 판매망과 정비망은 유지하겠지만 이전과 같은 규모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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