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오는 5일 모하비 더 마스터를 출시한다.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가 오는 5일 모하비 더 마스터를 출시한다. 사진=기아차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이 500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사전계약에 돌입한 기아자동차 대형 SUV 모하비 더 마스터 가격은 4700만~5210만원을 기록했다. 추가 옵션까지 적용하면 5000만원 중반으로 올라간다. 수입 SUV에서나 볼 수 있던 가격대다.

그간 국산 SUV는 가격 상한이 4000만원 대에 그쳤다. 대형 SUV의 경우에도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3475만~4408만원, 쌍용차 G4 렉스턴이 3448만~4605만원이었다. 기아차 모하비 역시 4432만~4869만원대로 5000만원에 미치진 못했다.

이달 5일 출시되는 모하비 더 마스터는 3.0 디젤 플래티넘이 4700만~4750만원, 3.0 디젤 마스터즈는 5160만~5210만원 범위로 책정됐다. 옵션을 적용하면 플래티넘도 5000만원을 넘고 마스터즈는 5000만원 중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출시가 예정된 현대차의 대형 SUV 제네시스 GV80의 가격도 5000만원 중반부터 최대 8000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형 수입 SUV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국산 SUV 가격대가 높아지면 구매층이 겹치게 되기에 모하비 더 마스터 출시를 기점으로 국산 SUV와 수입 SUV는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의도적으로 고가 전략을 세운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첨단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하다보니 가격대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 가격대에서 국산 차와 수입 차를 비교하면 편의사양에서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푸조 준중형 SUV 5008. 사진=한불모터스
푸조 준중형 SUV 5008. 사진=한불모터스
다만 소비자들이 SUV를 선택하는 주된 기준이 차량의 크기이고, 같은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수입 SUV도 차량의 크기나 편의사양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현대·기아차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전장·전폭·전고는 4930·1920·1790mm인데, 250만원을 더 지불하면 5040·1995·1775mm 크기인 포드의 준대형 SUV 익스플로러를 구입할 수 있다. 차량 크기가 아닌 실내 공간을 따지면 비교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축간거리는 2895mm다. 300만원 이상 저렴한 푸조의 준중형 SUV 5008 축간거리는 이보다 고작 55mm 짧은 2840mm다.

국산 차에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수입 차의 첨단운전자보조기술(ADAS) 수준도 높아졌다. 최근 출시되는 수입차들은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차간거리 알람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고객 선호 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고가·대형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운전 경력을 갖췄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산차들의 높은 편의사양이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국산차의 탈을 쓴 수입차들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GM은 SUV와 상용 트럭 역할을 동시에 하는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를 국내 선보인다. 엄연한 수입 차에 해당하지만, 한국GM이 국산 차와 동일한 기준으로 사후관리를 제공한다.
한국GM이 국내 선보이는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 사진=한국GM
한국GM이 국내 선보이는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 사진=한국GM
가격도 일반 수입차 대비 저렴하다. 앞서 출시된 콜로라도의 경우 가격이 3855만~4350만원으로 책정됐다. 영업 선에서는 트래버스 출시 가격이 4800만원대에서 시작해 모하비 더 마스터와 겹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 SUV의 가격이 상승하며 격차가 줄어들자 수입 SUV로의 고객 유입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며 "수입차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사후관리 역시 브랜드별로 개선에 힘쓰는 만큼 국산 SUV와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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