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SK이노베이션이 LG전자·LG화학이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으로 미국에서도 LG 측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한다. 두 회사의 '배터리 소송전'이 국내외 모두에서 격화하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동시에 대화를 통한 해결 여지도 남겼다. 그러나 LG화학은 SK의 사과와 재발방지, 보상이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 맞받으면서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전자[066570]도 연방법원에 제소한다고 30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직접 경쟁사로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LG화학 뿐 아니라,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 등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LG전자도 소송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하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한 데 이어, 이날 미국에서도 맞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윤예선 대표는 "그간 LG 측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지했는데도 국내 기업 간 선의의 경쟁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해결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침해를 바탕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LG화학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만 할 뿐 구체적인 침해 내용이 무엇이라고 밝히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 소송을 했으나, 자사는 소송 목적도 명확히 특정했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소송 접수를 완료하면 LG 측이 침해했다고 보는 특허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 중 많은 부분이 특허 침해에 해당,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대체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식을 단기간에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하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원만한 해결' 여지를 남기면서 LG 측에 공을 돌렸다.

임수길 홍보실장은 "정당한 권리와 사업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까지 왔지만 LG화학·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국민 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서 의미가 더 크다는 게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전향적으로 언제든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인정,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자사가 입은 피해 보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밝혔다. 지금까지 SK 측으로부터 대화 제의를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 전제 조건이 우선 부합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맞소송 결정에 대해 "불안감을 유발하고 국면전환을 노린 불필요한 처사", "근거가 없는 소송", "본질을 제대로 인지한 것인지 의문" 등이라고 표현하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하는 특허 침해 관련 추가 법적 조치까지 거론했다. LG화학에 따르면 2차 전지 관련 누적 특허 수는 1만6천685건, SK이노베이션은 1천135건(올해 3월31일·특허분류 H01M 관련 등록 및 공개 기준)으로 14배 이상 차이가 난다.

LG화학은 "지금까지 특허권에 대한 법적 대응은 자제해 왔는데 SK가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를 계속하면 묵과하지 않고 특허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그간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화 의사를 표했는지는 몰라도 직접적·공식적 제의는 없었다"며 "후발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그 어떠한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곧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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