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쌍용차 임단협 완료 수순
기아차는 내년으로 연기
르노삼성·한국GM은 노사 갈등 부각
한국GM노조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GM자본'이라 적힌 벽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GM 노동조합

한국GM노조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GM자본'이라 적힌 벽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GM 노동조합

자동차 노조의 파업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현대차(85,400 -3.72%) 노조가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한 영향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원, 근속기간별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의 격려금으로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초기 정년 65세 연장, 전년 대비 6.8% 인상된 기본급 15만1526원, 성과급 4935억원 등을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노조가 눈높이를 대폭 낮춘 셈이다. 상여금 600%를 매달 나눠 지급해 통상임금에 산입하고 직원 자녀 고용 세습 등의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이 잠정합의안은 내달 2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가결 여부가 결정되는데, 큰 이변이 없는 한 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쌍용차(1,425 +0.35%) 노조는 일찌감치 10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다.

기아차(25,550 -1.73%) 노조는 다음 노조 집행부로 교섭을 이관했다. 추석 이후 투표를 거쳐 새 노조 집행부가 선출된 후에야 임단협이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집행부 구성이 11월께나 완료될 전망이기에 올해 임단협을 논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15만명의 과반인 8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임단협에 잠정 합의하고 다음 노조로 이관하면서 총파업 등의 연대가 불가능해진 금속노조는 파업 동력을 잃게 됐다.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나홀로 파업'을 시작한 한국GM 노조와 강경 투쟁 각오를 다지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5.65%) 정액 인상, 격려금과 성과급을 합해 인당 1640만원 수준의 상여금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폐지했던 복지제도 복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버틴다면 노조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파업 의지를 불태우는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GM 노사는 향후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5년 적자가 2조7276억원에 달하고 지난해도 6148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기에 노조의 요구는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고 연 5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 GM 본사로부터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며 "국내에 배정된 SUV 트레블레이져 등을 생산하고 수익을 낸 뒤에야 임금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노조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지난 3월 노조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노조는 국내 다른 완성차 노조를 뛰어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사측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노사의 시각 차가 큰 탓에 갈등도 심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앞서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이미 사측에 전달했다. 현대차 노조 요구안을 뛰어넘는 인상폭이다. 사측은 400명 규모 인원 감축안을 내놨다.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이 내달로 종료되는 상황에서 국내 유치가 유력했던 유럽 수출용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XM3' 물량 배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2011년부터 2년간 총 3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4년 르노 본사로부터 닛산 로그 생산 물량을 받고서야 영업이익을 냈다. 노사 관계가 양호해 닛산 로그 수탁 생산 연장과 SUV 신차 ‘XM3’ 배정도 논의됐다.

지난해 강경 노선의 신임 노조위원장이 당선되고 상황이 급변했다. 노조는 약 70차례 파업을 벌여 회사에 2800억원 수준의 매출 손실을 입혔다. 지난 6월 합의한 상생선언 파기를 타진하고 노조원에게 수당을 더 달라는 요구도 남겼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 파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어진 노조 파업에 르노 본사는 연 10만대로 배정됐던 닛산 로그 생산량을 올해 6만대로 줄이고 계약 연장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르노삼성에 배정이 논의됐던 유럽 수출용 XM3 물량은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가져갈 전망이다. 이 경우 르노삼성은 내수 판매용 XM3만 생산하게 된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생산라인을 르노삼성에 빼앗긴 바야돌리드 공장이 이를 갈고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다.

신차 배정 없이 닛산 로그 수탁계약이 종료되면 르노삼성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반 토막이 나게 된다. 지난해 부산공장 자동차 생산대수는 21만5680대로, 닛산 로그가 절반인 10만7251대를 차지했다. 구조조정 규모 확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노조는 이러한 상황을 사측의 자작극으로 평가하며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물량확보 및 계획된 일들이 노조 때문에 안되는 것처럼 하다가 합의 시점에 (신차 물량 배정을) 발표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계획을 세워놓고 어렵다는 핑계로 또다시 옥죌 것이 뻔하다. 모든 사항에 강경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순익 여부와 상관없이 상투적으로 파업을 벌이고 임금을 올리는 것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관행이었다"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며 관행은 한계에 도달했고, 이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노사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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