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업,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될까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더불어 잘 사는 일'이다. 조금씩 양보하고 나눈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동반성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일부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되는 것도 적지 않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모든 업종에 진출하는 대기업의 행보를 규제, 중소기업도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자동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마 전까지 중고차 사업은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진출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현재는 기한이 만료됐고, 중고차 업계는 추가 지정을 요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이 인증 중고차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데다 중고차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아 추가 지정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이빔]車 서비스, 소비자 선택 제한의 논란

이런 가운데 최근 자동차 정비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 자체가 점차 쇠퇴하는 업종인 데다 개인사업자들의 영역이 많다는 점에서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소규모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자는 움직임이다.

그러자 보증수리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자동차회사들이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 입김을 내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정비의 경우 장비와 사람의 기술력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서비스센터 선택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이 논란을 일으키는 배경은 그만큼 국내 정비사업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동차관리사업자(정비사업)는 전국적으로 약 4만5,000곳이 운영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자동차회사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보증수리 이행을 위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지정 정비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고장율이 떨어지고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사업자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는 증가했어도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횟수가 줄었으니 정비사업자의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재는 모든 정비사업자가 경쟁하되 소비자 또한 정비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둔 상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정비는 흔히 기술력이 소비자 만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고장 부위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수리와 합리적인 비용이 뒤따를 때 소비자도 믿고 찾는다. 따라서 정비사업자를 흔히 자동차 의사로 비유하기도 한다. 진단과 처방에 있어 그만큼 정확성이 필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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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고장을 진단하는 것은 대부분 장비로 해결한다.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될수록 기계의 진단이 사람보다 정확한 탓이다. 따라서 현재는 원하는 정비사업자 모두가 자동차회사의 진단 장비를 구입할 수 있고 운용 기술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정부가 모든 정비점이 수입차 수리까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통로가 열렸음에도 수입차 정비에 뛰어든 사업자는 예상보다 적었다. 정비 차종에 수입차의 추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국산차를 정비하다 벤츠를 취급하고 싶으면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에서 진단기를 구입하고 운용 교육을 받으면 되지만 실제 정비 차종에 벤츠를 추가한 사업자는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투자와 경쟁, 시장 등을 고려한 사업자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정부가 당시 이런 방법을 선택한 배경은 정비사업자가 어떤 차종을 수리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 반대로 소비자도 정비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근거였다. 마치 재래시장과 할인점, 백화점이 경쟁하듯 소비자도 동네 카센터와 자동차회사의 지정점, 그리고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을 때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자동차 서비스의 경우 단순히 수리를 받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기술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적 판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보면 소비자가 동네 정비점을 찾는 것도 선택이고, 정비사업자가 국산 뿐 아니라 다양한 수입차의 수리 여부를 받아들이는 것도 선택이니 양측의 조건은 공정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동차 정비업의 생계형 업종 지정에는 여러 이해 관계자 중에서도 소비자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는 소규모 정비사업자와 대규모 자동차회사의 목소리만 있을 뿐 정작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고 있어서다.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든 소비자는 서비스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하기에 자동차는 정비에 있어 '기술력'이라는 변수가 '안전'에 결과를 미칠 수 있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