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이어 한국GM도 파업 수순
노조 파업, 한국 공장 철수 명분으로 활용 전망
1년 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1년 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노동조합이 파업을 준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파업을 지켜보는 글로벌 본사의 표정에 우려의 기색은 없는 모양새다. 한국 공장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노조의 쟁의 행위가 공장 철수에 명분을 더한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을 마치자 한국GM 노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지난 20일까지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은 8055명 가운데 6037명이 찬성해 찬성률 74.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23일 조정 중지 또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23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즉시 파업이 가능해진다. 노조는 10월부터 지부장과 임원 선거를 해야 하기에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세웠다. 약 75%가 찬성할 만큼 노조원들의 지지도 뒷받침되기에 강경한 파업이 예상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지만 사측은 이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되레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GM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내수 영업과 서비스, 마케팅 부문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해 2월 군산 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가동률이 각각 30%, 50% 수준인 부평2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해서도 생산물량 감축과 1교대 전환 카드도 꺼낸 상태다.

업계는 GM이 5년 연속 적자를 낸 한국 공장의 폐쇄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한국 시장이 작은데다 실적까지 신통치 않으니 공장을 남길 필요가 있냐는 시각이다. 또 한국GM 내 엔지니어링, 디자인 부문 소속을 분리해 R&D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신설했으니 공장을 유지할 이유는 더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적자가 지속됐고 지난해에도 6148억원 적자를 냈다. 5년간 적자만 2조7276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본사의 구조조정 의지도 단호하다. 메리 베라 제네럴모터스(GM) 회장은 지난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올해 말 글로벌 공장 두 곳을 닫겠다"고 말한 바 있다. 브라질과 한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되레 반가운 소식이 된다. 노조의 쟁의 행위가 공장 철수에 명분을 더한다는 계산이다. 이어진 적자를 끝내겠다며 신차 조기 배정을 호소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회사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겠지만, 적자는 경영진의 책임이니 직원 월급은 인상하라며 파업에 돌입할 경우 회사는 동정표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르노삼성차 파업이 종료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르노그룹 역시 한국 공장이 철수해도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르노삼성차 임직원들에게 파업을 멈추지 않으면 신차 생산배정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분 직장폐쇄 조치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40대 이상 직원들을 중심으로 파업 행보가 글로벌 본사의 한국 공장 철수에 명분만 더해줄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고 귀띔했다. 결국 부분직장폐쇄 첫날인 지난 12일 노조원의 정상출근 비율은 66.2%를 기록, 전날 비노조원을 포함한 전체 출근률 65.7%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졌다. 노조는 파업을 풀고 사측과의 임단협을 타결했다. 잔업에도 합의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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