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과 보완을 거듭해 완성도 향상
-국내 소비자 선호도에 맞춘 옵션 돋보여


플래그십 세단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호화로운 뒷좌석을 생각한다. 조용하면서도 편해야 하고 고급스러워야 한다. 최고를 원하는 수요층에게 가격은 중요 대상이 아니다. 쇼퍼드리븐 성격이 강하다 보니 운전석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만족을 높이는 요소로 브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다 보면 선택 가능한 제품의 폭은 크게 좁혀진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이 같은 고리타분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기아차 플래그십 세단 K9이 나섰다.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아낌없이 반영하면서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형 세단으로 돌아왔다. 특히 2020년형은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각종 안전 및 편의 품목으로 시선을 끈다. 탄탄하게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신형 K9을 직접 살펴보고 몰아봤다.

▲스타일&상품성
2012년 1세대 출시 후 6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왔다. 첫 인상은 2세대가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선하다. 위아래 두 줄로 나뉜 LED 주간 주행등과 헤드램프, 독특한 패턴을 넣고 거대하게 자리 잡은 그릴은 제네시스 G90와 차별화된다. '아일랜드 후드'로 불리는 짧은 절개선을 가진 보닛은 최신 흐름에 맞춘 모습이며 일자형 앞 범퍼 공기흡입구는 차를 한층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옆은 한눈에 봐도 늘씬하다. 길이는 5,120㎜로 기아차 중에서 가장 길고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의미하는 휠베이스도 3m를 훌쩍 뛰어넘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캐릭터 라인과 도어 밑부분에 넣은 길쭉한 크롬도금 선, 감각적인 사이드미러 디자인이 세련된 플래그십을 지향한다. 뒤는 세로형 테일램프 적용으로 앞모습과 통일감을 연출했으며 화려함보다 단정하게 마무리해 세그먼트 성격을 표현했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스와 계단식 센터페시아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한 볼륨 및 인포테인먼트 버튼,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 버튼을 빼면 세심한 조작은 변속기 아래에 위치한 조그셔틀이 대체한다. 3분할로 표시된 와이드 터치 모니터는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특히, 한국 지형에 최적화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조작 방법은 수입차와 다른 K9만의 매력 포인트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심지어 신형으로 오면서 지도와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다운로드해 자동 업데이트하는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를 전 트림에 기본 탑재했다. 또 소비자 선호 품목인 터널 연동 자동제어에서 적용지역을 늘린 외부공기 유입방지제어를 기본으로 갖췄다. 앞좌석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과 파워도어 시스템 등 인기 품목도 대폭 확대 적용했다.

2열은 호화롭다. 여러 조각을 붙여 만든 크고 두툼한 가죽시트는 넉넉한 무릎 공간과 함께 안정감을 준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보여줘야 할 각종 기능들은 전부 2열에 집중돼 있다. 이와 함께 고급감을 더하는 소재 선택과 배치는 인상적이다. 도어 안쪽에서 시작해 대시보드 전체를 감싸는 우드패널과 실내 곳곳에 적절히 두른 알루미늄 소재는 완성도가 상당하다. 질 좋은 천연소재 덕분에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 소재의 질감까지 함께 높아진다. 또 조명 밝기와 범위를 개선한 앰비언트 라이트,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 감성 품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성능
엔진은 크게 V6 3.3ℓ 터보와 3.8ℓ 자연흡기 가솔린, V8 5.0ℓ 가솔린으로 나뉜다. 시승차는 주력 트림인 V6 3.8ℓ 버전으로 최고 315마력, 최대 40.5㎏·m를 발휘한다. 초기 발진 가속은 물론 고속 영역에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크기와 무게를 잊어도 될 만큼 시원스럽게 뻗어나간다.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터보 지연 현상도 없고 5.0ℓ 대배기량 엔진의 부담감도 줄어든다. 다양한 K9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가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요란하게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품격에 걸맞게 소리 없이 빠르게 이동할 뿐이다. 엔진 커버와 보닛 안쪽에 두툼한 흡차음재를 넣어 불필요한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실내에는 고급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만 울려 퍼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친 엔진 소리를 최대한 억제한 듯한 느낌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합을 이뤄 정확히 맞물린다. 독일차처럼 민첩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변속이 매우 부드럽다. 물론 제품 성격을 고려하면 부드러운 세팅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다. 운전 모드에 따라 감쇠력 조절 기능을 넣어 다른 성격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국내 지형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설정으로 과속방지턱은 물론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K9을 가지고 굽이치는 고갯길을 빠르게 질주하거나 시간과 속도에 매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제품이 주는 호사(?)를 누리면서 마음 편하게 몸을 맡긴다 생각하면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플래그십 세단답게 고급 기능을 아낌없이 넣은 덕분이다. 특히, 최신 안전품목은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에게 믿음을 준다. 모든 기능을 활성화하면 반자율 주행 역할까지 문제없이 소화해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미리 맛볼 수 있게 한다. 유지 시간도 제법 길어 번거로움이 덜하다.

▲총평
신형 K9은 젊고 세련된 분위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익숙하면서도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기능을 넣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높은 만족을 준다. 때문에 국산 대형 세단은 사장님 차라는 인식을 벗어나기에도 충분하다. 탑승자를 위한 기본 성격은 명확하지만 하이엔드 오너용으로도 손색없다는 뜻이다. 국내 지형에 최적화된 세팅과 합리적인 가격은 경쟁차들을 넘어 치명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만하다. K9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시승]치명적인 대안, 기아차 2020년형 '더 K9'

가격은 가솔린 3.8ℓ 플래티넘Ⅰ 5,419만원 , 플래티넘Ⅱ 5,871만원, 플래티넘Ⅲ 6,818만원, 그랜드 플래티넘 7,628만원이다. 3.3ℓ 터보는 마스터즈Ⅱ 6,558만원, 마스터즈Ⅲ 7,289만원, 그랜드 마스터즈 8,099만원이다. 5.0ℓ는 퀀텀 9,179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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