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약 넉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 달에는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이란 제재가 겹치면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500원 선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넷째주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441.02원으로 지난해 12월 둘째주 1천451.73원 이후 19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둘째주 1천342.71원을 바닥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10주 연속 상승했다. 4월 넷째주 경유 가격은 1천328.88원으로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12월 둘째주 1천341.09원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경우 지난 2월 셋째주 1천445.17원 이후 휘발유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둘째주(1천502.70원) 1천500원 선을 넘었고, 이달 넷째주 1천537.83원까지 상승했다.

국내 유가 상승세는 다음 달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오는 5월 6일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가 예고된 와중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이 겹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따른 가격 인상분은 휘발유 ℓ당 65원, 경유 ℓ당 46원, LPG 부탄 ℓ당 16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휘발유 가격에 65원을 더하면 전국 평균 1천500원 선을 넘어서고 서울은 1600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더해지면 전국 평균 가격이 1천500원 중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2∼3주 후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예외국 인정을 연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원천 차단된다. 백악관의 발표를 전후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3% 안팎 오르며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성 발언으로 국제유가는 지난 24일부터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초 국내유가 상승요인 여러 개가 한꺼번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기름값이 빠르게 올라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에 따른 부족분을 어느 정도 충당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윗을 통해 "이란원유에 대한 현재 우리의 전면적 제재에서 비롯되는 (원유공급량) 격차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그 이상으로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에는 OPEC 측에 직접 유가 인하를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 역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유예 중단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된 국가에 즉시 대응하겠다"며 수출량 확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승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6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최근 국제유가 동향과 전망을 점검하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70달러대로 상승해 기업과 서민의 부담증가가 우려된다며 대응책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 공급자 측 요인이 작용하는 가운데 이란, 리비아 등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제유가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내 유가가 국제유가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수급 상황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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