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사업 파트너 BAIC의 한국 공략
-기아차 파트너 둥펑차도 한국 진입 준비

한국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아성이다. 아이오닉, 니로, 코나, 쏘울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물론 쉐보레 볼트(VOLT)와 르노삼성 SM3 Z.E.도 있지만 EV 부문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장악력은 상당하다.

이 시장에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가 뛰어든다. 이르면 올 하반기 둥펑자동차 계열의 둥펑쏘콘도 가담할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베이징자동차와 둥펑자동차의 존재다. 이들은 중국에서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작 파트너다. 서로 힘을 합쳐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를 만들었고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 판매한다. 물론 베이징차와 둥펑차는 생산에 관한 합작일 뿐이지만 어쨌든 현대기아차에게 이들은 일종의 펑유(朋友)인 셈이다.
[하이빔]현대차 파트너가 현대차를 공격하다

[하이빔]현대차 파트너가 현대차를 공격하다


그런데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2002년만 해도 베이징차와 둥펑차의 기술력은 초라했다. 하지만 17년이 흐른 지금,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위에다기아차가 생산한 제품은 2,000만대를 훌쩍 넘는다. 게다가 베이지자동차와 둥펑자동차는 현대기아차 외에 메르세데스 벤츠(베이징)와 닛산 및 혼다(둥펑) 등과도 손을 맞잡고 있다. 이들과 함께 생산한 제품도 꽤 많다. 그러니 여러 합작사와 완성차를 생산하며 터득한 생산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서 있다. 따라서 중국 토종기업의 완성차 조립품질이 떨어진다고 보면 오산이다. 글로벌 기업과 눈높이를 같이 하며 갈고 닦은 표준화 실력은 그대로 베이징차와 둥펑차의 자체 공장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축적된 생산 기술력에 스스로 전기차 무장을 단행했다. 일찌감치 전기차 전략을 집중 추진한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의 핵심기술 대부분을 보유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합작사를 통해 얻은 생산기술로 EV 완성차를 만들었으니 '중국'이라는 브랜드를 제외하면 제품력은 꽤 높다. 실제 지난해 충칭의 둥펑계열사 승용 공장을 방문했을 때 놀란 것은 국내 조립공장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첨단 시설뿐만이 아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시승했을 때 느껴진 감성이었다.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벤츠와 닛산 등에서도 배운 기술이 제품에 투영됐고, 해외 거대 부품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기술 공급을 자처했으니 다양한 IT 기능들은 한국보다 빠른 것도 있어 놀라울 따름이었다. EV는 한국을 추격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물론 배터리셀과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를 포함한 패키징은 아직 부족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에 또 한 번 당혹스러웠다.
[하이빔]현대차 파트너가 현대차를 공격하다


이런 차원에서 베이징자동차가 승용 전기 SUV로 한국을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베이징현대차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와 같다. 합작 사업은 서로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고 베이징자동차의 단독 행보에 현대차가 태클을 건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는 자신감이다. 어차피 중국 내에서 베이징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제품 경쟁이 벌어지니 한국에선 베이징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펑유가 아닌 경쟁자로서 한판 붙자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 시장에선 영원한 파트너도 영원한 배신자도 없다는 말이 진실로 통한다.

그나마 베이징자동차와 둥펑차의 한국 진출에 대응 가능한 현대기아차의 강력한 무기는 전국에 구축된 막강한 서비스 네트워크다. 하지만 전기차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 게 장점이다. 중국산 전기차가 고장 없이 국내 도로에서 잘 견뎌준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이들이 한국에 진출해 현대기아차를 겨냥하는 것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시기가 빠르다는 데는 공감을 표시한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의 여러 정치 및 사회적 이슈로 비판을 받을 때 베이징자동차는 조용히 진출을 준비해 왔다. 왜냐하면 노조 문제를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국내 사정을 이들이 모를 리 없었을테니 말이다.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위기를 만들겠다며 찾아 온 반갑지 않은 중국 내 펑유를 현대기아차는 어떻게 맞이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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