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올해 1분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판매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동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3∼4% 줄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산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한 달간 자동차 판매량은 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통상 3월은 봄 판매 기간의 비공식적인 시작으로 여겨져 자동차 판매량이 많은 달로 꼽히는데도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이날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1분기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7% 감소했다고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3% 감소했으며 도요타와 닛산의 판매량도 각각 5%와 11.6% 줄었다. 같은 기간 혼다의 자동차 판매량만 2% 증가하며 홀로 선전했다. 포드는 오는 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판매량 감소로 인해 올해 미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천700만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중고차 저변 확대 등이 신차 수요를 얼어붙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판매 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의 애널리스트 제러미 아베세두는 "신차 판매는 정점을 지났다"며 "이제 문제는 무엇이 뉴노멀이 될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 일부에서는 낙관적인 예측을 하기도 했다. 잭 홀리스 도요타 북미 총지배인은 비교적 낮은 유가와 높은 소비자 신뢰, 예상보다 적은 금리 인상이 미국 시장의 신차 수요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홀리스는 "국경폐쇄나 관세 등 무역과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있다면 이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이런 것이 없다면 우리는 매우 강한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판매는 줄었지만, 자동차 가격의 상승이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개인 구매자가 지불한 평균 금액은 올해 1분기 3%가량 늘어, 3만3천319달러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수요도 전통적인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픽업트럭처럼 크고 비싼 자동차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점도 자동차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판매량을 견인하던 중국 시장의 수요 둔화 등 악재가 자동차 업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BMW는 지난달 전기차·자율주행차 투자 비용 증가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와 무역 압박이 올해 상당한 이익 감소를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임러와 포드, GM도 최근 수익 압박을 받으면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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