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없는 인류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

여러 이동 수단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를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모빌리티(Mobility)'다. 하지만 모빌리티는 각 분야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탈 것(1인승 운송수단, 다인승 운송수단 등)'과 '이동하는 그 자체(운송)'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다. '이동(移動)이 없는 인류'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모빌리티는 인간의 삶에서 결코 떼여낼 수 없는 개념이다. 인류적 시각으로 보면 이동의 인간, 즉 '호모 모빌리티쿠스(Homo Mobilitycus)'인 셈이다.

호모 모빌리티쿠스의 인류는 역사적으로 이동 수단과 이동하는 방법을 줄기차게 연구해왔다. 그 중에서도 집중한 것은 '발(foot)'에서 비롯해 '동물(animal)', '수레(wheel)'를 지나 화석에너지에 의한 '내연동력(Combustion Engine)'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진화된 '이동 수단(Mobility tool)'이다. A에서 B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동 수단의 역할이 90% 이상을 차지했던 탓이다.
[하이빔]호모 모빌리티쿠스가 바꾸는 세상

그러나 현대적 의미에서 모빌리티는 이동 수단보다 이동하는 방법이 보다 주목되는 것을 나타낸다. 이동 수단의 본질적 기능이 '이동'이라는 점에서 이동 수단의 다양화와 완벽한 이동이 달성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올초 CES 2019는 이미 모빌리티 개념이 '탈 것(Riding things)'과 '이동 서비스(Mobility Service)'로 나눠졌음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더불어 이동 수단은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전동화가 이뤄지고, 이동하는 방법의 혁신을 위해 통신이 접목돼 더욱 지능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결국 이동 수단의 진화는 가장 적합한 이동 방법을 제공하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로 집중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동 방법의 혁신은 가능할까? 현재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는 2,320만2,555대다(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 국민 모두가 이동이 필요할 때 사용 가능한 수단은 이미 확보돼 있는 셈이다. 버스와 철도 등의 또 다른 육상수송 수단을 감안하면 이동 수단의 공급은 넘쳐난다.

하지만 실제 이동이 필요할 때 사용 가능한 수단은 한정적이다. 유료 운송 행위를 법으로 제약하고 있어서다. 오랜 시간 누구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허가받은 사람만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만큼 다양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허가제도의 미진한 틈새를 파고들어 이동 수단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고, 가정과 정류장을 연결하려는 바이크 서비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른바 이동 수단의 경쟁이 이동하는 방법의 경쟁으로 바뀌어가는 셈이다.
[하이빔]호모 모빌리티쿠스가 바꾸는 세상

그래서 생각하는 인류는 점차 '이동하는 인류(Homo Mobilitycus)'와 결합되고 있다. 이동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제 아무리 익명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전해도 결국 필요한 식량 등 생존에 필요한 것을 이동시키고, 누군가를 직접 만나 존재감을 확인시키려는 욕구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 수단을 잘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시간 손실 없이 이동시키는 것이 보다 핵심이라는 뜻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