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손잡은 카카오, 렌탈 택시 강화하는 '쏘카'

정부가 '카풀 vs 택시'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하면서 이른바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치열한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어차피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1위 사업자가 대부분의 과실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누가 시장을 장악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지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을 구축하려는 곳은 최근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이미 인터내셔설 택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다. 우버의 경우 지난 2014년 논란을 겪은 후 한국에서 오랜 시간 많은 준비를 해왔다. 자가용 승차 공유 앱의 지능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를 택시에 그대로 활용할 경우 막강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택시 업계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며 협력에 나서는 중이다.
[하이빔]'카카오'와 '타다'의 모빌리티 전쟁

우버와 마찬가지로 카카오모빌리티도 택시와 상생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카풀 서비스가 출퇴근 시간제한에 가로 막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유일한 수익원은 고객 기반의 택시 합승 서비스밖에 없고, 이는 정부도 허용 쪽으로 가닥을 정한 만큼 현재로선 유일한 돌파구다. 택시 합승 서비스가 도입되면 우버처럼 수수료 기반의 사업을 전개할 수 있어 반드시 택시와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와 협력하기 위해 하나의 링 위에서 경쟁하는 사이 렌탈 택시를 운영하는 '타다' 등은 렌탈카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렌탈 택시는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손잡은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어 이들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우버와 카카모빌리티가 제도권 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으로 연맹을 결성했다면 쏘카와 VCNC 등은 '렌탈' 방식을 활용한 '유사 택시'로 모빌리티 동맹체를 형성한 셈이다.

따라서 관전 포인트는 렌탈 택시가 향후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되느냐로 모아진다.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로 택시 호출 연결을 경쟁하면서 택시 활성화에 나서는 상황인데 반해 쏘카와 VCNC는 택시 업계가 휘청될수록 사업이 활성화되는 구조여서 기본적인 양립이 쉽지 않아서다. 최근 택시 업계가 '타다' 등을 고발한 것과 관련, 법적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이런 구도에서 최근 렌탈 택시를 향한 환경단체의 시선도 곱지 않다. 사용 연료가 대부분 디젤이어서다. 가뜩이나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에 택시처럼 운행되는 렌탈 택시가 24시간 디젤을 태우며 운행되니 서서히 문제를 제기하는 중이다. 과거 도입이 추진됐다 가로막힌 디젤 택시와 뭐가 다르냐는 목소리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디젤 택시 도입이 추진되다 중단된 것도 훗날 대기환경을 고려한 조치였음을 고려하면 렌탈 디젤 택시 활성화는 곧 경유 택시 도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물론 대부분 운행 차종이 유로6 규제를 충족,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크지만 택시처럼 거리를 배회하며 영업한다는 것은 연간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세먼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기존 택시와 렌탈 택시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이 양분되자 업계 간 입장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활성화로 돌아서자 일부 카풀 스타트업들은 카풀-택시 대타협은 카카오가 기존 모빌리티 혁신사업자의 싹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격앙된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다.

렌탈 택시 업계도 카카오를 향한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DAUM) 창업자에서 렌탈 택시 사업으로 전환한 이재웅 쏘카 대표는 대타협기구가 내놓은 카풀의 제한적 허용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사회적대타협기구를 두고 '택시산업발전연구모임'이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렌탈 택시를 시작으로 향후 자가용 카풀사업까지 고려했음에 비추면 사업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제도가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것에 렌탈 택시 업계의 공격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타다' 등도 일종의 '유사 택시'라는 점에서 오히려 도심의 교통량을 늘릴 뿐 공유의 본래 목적 달성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혁신 자체가 아니라는 것. 이와 관련,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우버,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차차크리에이션 모두 궁극의 목표는 자가용 카풀"이라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우버와 카카오는 기존 택시산업과 협업을 선택한 것이고, 타다 등은 렌탈 택시라는 유사 택시 업종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 혁신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향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택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택시의 역할은 자가용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사이 택시 면허 비용 보상안이 논의되겠지만 1차적으로 택시 중심으로 진화를 유도한다는 게 정부 및 여당, 택시업계 등의 목소리다. 따라서 이 방안이 유지되는 한 기존 택시산업 중심의 모빌리티 사업자와 렌탈 기반의 사업자 간 충돌은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모빌리티'라는 단어 아래 여러 스트타업들이 뭉쳤다면 이제는 '전통 택시'와 '렌탈 유사 택시'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다는 의미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