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동남아시아로 눈 돌리는 현대차…인도네시아에 완성차 공장 추진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연산 20만 대 규모의 완성차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약 1조원을 들여 공장을 세운 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 일부를 호주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착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요 부품회사에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 부품사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가 주최하는 부품사 대상 설명회가 열렸다”며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생산거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적극적이다.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자동차 수출 관련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계자는 “완성차 공장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모두 나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115만1291대의 차량이 팔렸다. 전년보다 6.8% 늘어난 규모다. 올해 판매량은 12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자동차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베트남도 현대차가 공을 들이는 시장 중 한 곳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베트남 탄콩그룹과 판매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탄콩그룹은 2009년부터 베트남 현지의 현대차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현지 판매량이 늘자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 5만5924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현지 시장 점유율은 19.4%로 일본 도요타에 이어 2위다. 현대차는 반제품조립(CKD) 형식으로 소형차 i10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베트남 2공장을 설립해 연간 생산 규모를 5만 대에서 1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걸림돌은 일본 브랜드다. 일본은 주요 동남아 국가의 자동차 시장을 8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영역을 확장하려는 현대차와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동남아 시장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확실한 전략만 있다면 점유율을 2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