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안전하다는 자율주행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을 구분할 때 사람이 타면 여객, 물건이 실리면 화물로 분류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사람의) 탑승’과 ‘(물건의) 탑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실내 공간이다. 사람이 편하게 이동하도록 설계하면 여객이고 화물 적재가 쉽도록 하면 화물이다. 항공기 또한 사람이 탑승하면 여객기, 물건을 나르면 화물기로 나누고 선박 또한 사람이 타면 여객선, 짐이 실리면 화물선으로 구분한다. 이동 수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적 구분이 바로 사람을 태울 것인가 아니면 물건을 실을 것인가로 이뤄진다.

오랜 시간 무엇을 이동시킬 것인가와 관련한 제도는 ‘사람’과 ‘물건’을 기준 삼아 발전해왔다. 여기서 한 가지 원칙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안전한 이동’이 전제라는 것이다. 이동은 움직이는 것이어서 고정된 것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에 대한 규제는 이동 수단뿐 아니라 이동 수단을 조종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운전자, 조종사, 선장을 포함해 이동에 있어 ‘안전’에 영향을 주는 역할이라면 어김없이 면허 또는 자격증 제도로 규제했다. 나아가 필요하면 정기적인 교육 및 기능 수행 검사 등도 시행했다.

그런데 점차 면허 제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조종 능력이 사람보다 ‘안전성’ 면에서 점차 우월한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어서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2030년 이후는 운전자 없는 이동 수단이 거리를 활보할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직군의 파괴력이다. 이른바 이동하는 기계를 조종하는 사람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은 이동 과정에서 운전자 또는 조종자를 없애는 만큼 그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공장의 자동화만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인류가 시작된 이래 결코 사라지지 않았던 ‘조종자’ 역할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인류 이동의 역사에서 원시 도보 시절 이동 수단은 사람이었다. 이후 수레가 발명된 뒤 사람에게는 동력과 방향을 동시에 책임지는 역할이 주어졌다. 그러나 동력은 사람에서 말로 대체됐고 산업혁명 때 말은 다시 엔진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마부는 운전자로 직업이 바뀌었다. 원시 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동 수단의 동력 발생은 ‘사람-말-엔진’으로 진화했지만 이동 수단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 것은 ‘사람-마부-운전자’로 명칭만 달라졌을 뿐 ‘조종’이라는 본질은 그대로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이동 수단의 방향과 속도를 사람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그간 중요시됐던 ‘안전’ 또한 완벽한 자율주행이 완성되면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더불어 컴퓨팅에 의한 완벽한 ‘안전’이 확보되면 충돌 때 상해율을 낮춰주는 이동 수단의 구조적 안전성에 더 이상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 경우 위험은 오히려 사람이 운전하는 재래식 이동 수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동 수단의 지능화는 결과적으로 사회구조를 바꾸기 마련이다. 그간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바뀌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빌리티(이동수단)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