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권수현 기자=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최대 1조8천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 가치를 3만6천원 수준에 인수할 계획이며, 이번 계약은 양사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매각이 이뤄지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되며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은 71%로 낮아진다.

아람코는 현재 에쓰오일의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면 현대오일뱅크를 에쓰오일의 계열사로 편입해야 하므로 19.9%까지만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5년 11월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것 등이 이번 투자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목표로 한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영향으로 지연됐지만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Pre-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한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불가피하게 연기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1위 석유회사가 투자했다는 점만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이번 계약을 통해 아람코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한 단계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도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석유화학과 유전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사우디 산업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사우디 최대 조선소 건립을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엔진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다방면 사업 협력은 앞으로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동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 확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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