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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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 자동차 10개 브랜드가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10곳 모두 한국법인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연 판매량 30만 대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1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등록된 26개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렉서스, 포드, 크라이슬러(지프), 랜드로버, 볼보, 캐딜락,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 10곳이 한국 시장 진출 이후 나란히 최고 실적을 거뒀다.

벤츠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판매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만 아니라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량 7만 대를 넘어섰다. 벤츠는 전년 대비 2.8% 늘어난 7만798대를 팔았다.

도요타와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각각 1만6774대, 1만3340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43.4%, 5.8% 뛰었다. 하이브리드카(HEV)에 집중한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렉서스 대표 모델인 중형 세단 ES300h의 경우 8803대 팔려 나가 베스트셀링카 2위를 차지했다.

크라이슬러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7590대를 팔았다. 올 뉴 컴패스와 올 뉴 랭글러 등 신차 3종을 앞세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 지프로 거듭난 게 주효했다. 이 밖에 포드(1만1586대), 랜드로버(1만1772대), 볼보(8524대), 캐딜락(2101대) 등이 약진했다.

‘억’ 소리 나는 수입차의 강세도 눈에 띈다. 독일 스포츠카 포르쉐는 1억이 넘는 고가에도 판매량이 4285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53.6% 급증했다. 롤스로이스 역시 전년 대비 43.0% 늘어난 123대를 팔았다. 한국에 진출한 지 15년 만에 세 자릿수를 넘어선 성적이다.

업계는 수입차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는 이유로 소득 증대와 잇따른 신차 출시, 하차감 등 자기 만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증가 등을 꼽았다. 2017년 기준 수입차 구매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1%에 달했다.

여기에 불 붙은 할인 경쟁은 ‘같은 값이면 수입차’란 인식을 갖도록 했다. 공식 할인은 없다고 버티던 벤츠는 한때 중형 세단 E클래스를 최대 1500만원 저렴하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를 반납하는 경우 추가 할인 혜택까지 제공했다. ‘제 값 주고 사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영향을 받아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26만705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전 연간 최대 판매량은 24만3900대(2015년)였다.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6.7%로 사상 최고였다.

올해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본격 가세하면서 연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판매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또 양극화의 그늘이 차 시장에도 짙게 드리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국산차는 신차 판매가 부진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집계한 신차 등록 대수는 130만1780대(승용차 기준)로 전년보다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