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단 지고 RV 뜨는 것 여전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경차, 중형 등의 세단은 감소하고 SUV, MPV 등의 RV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내 완성차 5개사 실적에 따르면 국산 경차는 지난해 12만5,931대가 판매돼 2017년(13만8,202대) 대비 3.3% 감소했다. 양강 구도를 이루던 기아차 모닝(5만9,042대)과 쉐보레 스파크(3만9,868대)가 각각 16.2%, 15.6% 줄어든 까닭이다. 반면 기아차 레이는 2만7,021대를 내보내 31.7% 늘었다.
소형 세단은 현대차 엑센트, 쉐보레 아베오의 약세 속에 르노 클리오가 힘을 더하면서 전년(8,709대) 대비 11.4% 증가한 9,706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엑센트는 지난해 5,698대가 출고돼 24.0% 감소했으며 아베오는 356대로 70.7% 줄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클리오는 3,652대가 소비자를 찾아 소형차 시장의 하락세를 막았다.
준중형 세단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13만6,689대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 아반떼(7만5,831대, 9.6%↓), 쉐보레 크루즈(3,615대, 65.7%↓)의 감소세가 뚜렷했지만 세대교체를 이룬 기아차 K3(4만4,514대, 58.0%↑)가 반등하면서 시장 축소를 면할 수 있었다. 해치백 제품 가운데 i30는 3,225대가 출고돼 전년(4,630대)보다 30.3% 줄었지만 벨로스터는 2세대 제품과 'N'의 등장에 힘입어 20배 늘어난 4,254대가 판매됐다.
중형 세단은 중형 SUV로 향하는 수요 흐름을 막지 못한 채 17.5%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 쏘나타 영향이 컸다. 6만5,846대가 출고돼 20.4% 줄어든 것.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6도 각각 1만7,052대(48.8%↓), 2만4,800대(37.0%↓)로 감소했다. 그러나 기아차 K5가 27.0% 증가한 4만8,503대, 르노삼성 SM5가 31.0% 늘어난 9,492대를 내보내 내림세를 상쇄했다.
내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이 이끄는 준대형 세단도 지난해 16만459대로 전년(18만8,696대)보다 15.0% 감소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로 일부 수요가 유입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랜저는 11만3,101대로 14.4% 감소했으며 K7은 4만978대로 12.0% 줄었다. 르노삼성 SM7, 쉐보레 임팔라도 각각 4,811대(18.9%↓), 1,549대(57.2%↓)로 실적이 하락했다. 대형 세단 시장은 G80이 3만7,219대로 6.4%, G90(EQ900 포함)이 9,709대로 21.1% 줄었지만 기아차 K9이 1만1,843대로 전년(1,553대)보다 6배 이상 늘면서 전년 대비 9.6% 성장했다.
감소가 많았던 승용에 비해 RV는 상승세가 뚜렷했다. 소형 SUV는 13만2,230대로 전년(1만9,721대) 대비 10.4% 늘어났다.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의 힘이 컸다. 두 차는 각각 5만468대, 1만6,305대를 내보내 114.6%, 78.5%씩 증가했다. 기존에 강세를 보였던 쌍용차 티볼리는 4만3,897대로 20.6%, QM3는 6,367대로 47.9% 줄었다. 쉐보레 트랙스도 1만2,787대로 22.7% 낮아졌다.
RV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인 준중형 SUV는 8만3,606대가 출고돼 15.4% 줄어들었다. 현대차 투싼, 기아차 스포티지, 쌍용차 코란도C가 모두 감소한 것. 투싼은 4만2,623대로 8.2%가 스포티지는 3만7,373대로 11.5% 사라졌다.
그러나 중·대형 SUV는 확실한 상승세를 보였다. 23만8,478대로 전년(19만8,616대) 대비 20.1% 늘어나 내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것. 준중형 SUV와 중형 세단의 수요가 일부 이동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 싼타페는 전년(5만1,661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0만7,202대를 내보내 내수 2위, SUV 1위를 기록했다. 쌍용차 G4 렉스턴, 르노삼성 QM6도 각각 1만6,674대(1.8%↑), 3만2,999대(18.5%↑)로 실적을 보태면서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됐다. 지난달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가세하면서 중·대형 SUV는 올해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아차 카니발 중심의 MPV은 2017년 8만199대에서 지난해 8만1,471대로 1.5% 늘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선 세단에서 SUV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확실하게 나타났다"며 "특히 SUV는 가족 단위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성되면서 준중형보다 중형 및 대형의 성장세가 돋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5사 내수 판매는 154만5,604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0.29% 감소했다. 전체 수요가 비슷했던 만큼 내수 안에서 수요 이동이 분명했다는 의미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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