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도 EGR 냉각기 누수 지목
-파이프 균열은 냉각수가 끓어서 발생

"열을 식혀야 할 냉각수가 끓었다. 그래서 냉각기 파이프가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미세하게 균열됐고, 그 사이로 냉각수가 새어 나와 불이 붙었다. 결국 냉각수가 끓지 않아 균열이 없었다면 누수도 없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4일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내놓은 BMW 화재 원인이다.

그렇다면 냉각수는 왜 끓었을까? 고온의 배기가스가 지속적으로 지나가며 온도를 높였던 탓이다. 밸브를 통해 온도의 높낮이를 조정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를 두고 조사단은 BMW가 부품 내열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 그리고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과도한 사용을 이유로 들었다. 전자는 '부품결함', 후자는 '설계결함'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이빔]BMW 화재 원인과 소비자 보호

그런데 정부 발표도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새어 나온 냉각수가 쌓인 곳을 지목하고 있다. 누수된 침전물에 500도가 넘는 고온의 가스가 유입되며 불티가 발생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그러니 이번 합동조사단 결과도 당초 BMW가 지목한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단은 이외 문제도 지적했다. EGR 밸브의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히지 못하는 현상(열림 고착)이 발생하면 경고 시스템이 작동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지난 중간 평가 때 소프트웨어 조작이 의심됐지만 배출가스 규제가 같은 한국과 유럽의 화재 발생율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조작은 없다고 판정했다.

이처럼 정부가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사이 BMW코리아는 리콜 대상 10만6,000대 가운데 91%인 9만6,400대의 EGR 리콜을 마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뤄진 수많은 결함 자동차의 리콜 이행율은 5년 평균이 80%다. 불과 4개월 만에 91%의 리콜을 이뤄냈다는 점은 정부 조사단 결과와 검찰 수사 등에는 적극 협조하되 기본적으로 '소비자 우선'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결과다. 아직 운행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선 관련 업계에 협조를 당부하며 리콜 조치를 유도하는 중이다.

물론 민관 합동조사단 화재 원인 발표 이후 BMW의 행보가 어디로 흐를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부는 늑장 리콜, 결함 은폐 등을 주장하며 검찰 고발을 예고했고 여기에 맞서 BMW도 법적인 부분의 시비는 법원에서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독립된 자동차 시험기관인 스위스 DTC(Dynamic Test Center)도 EGR 쿨러 누수가 화재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한 만큼 화재원인 '공방'은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EGR 냉각기의 누수가 없다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EGR 쿨러 교체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유지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BMW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부 조치에 협조하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불편 해소에 최선을 약속했다. 늑장 리콜과 결함 은폐 여부 등의 법적인 시시비비는 법원에서 가리되 소비자를 위한 리콜은 신속히 끝낼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자동차 판매를 허용하고 막는 것은 법적인 몫이지만 실제 제품을 사주는 것은 결국 소비자임을 직시한 셈이다. BMW가 할 수 있는 모든 소비자 보호 조치를 하는 것이야말로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도인 셈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