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더 뉴 스파크 / 사진=한경DB
한국GM 더 뉴 스파크 / 사진=한경DB
한때 ‘서민의 발’로 불리던 경차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에 밀려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국내에서 팔린 경차는 11만5649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2만4996대)와 비교하면 7.5%나 줄었다. ‘국민차’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보면 감소세는 더 두드러진다. 경차가 한 달 평균 1만여 대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 한 해 12만5000여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년(14만7465대)보다 15.2%가량 감소한다. 2016년 18만4248대를 기록한 뒤 뒷걸음질 중이다.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소형 SUV의 강세가 지목된다. 소형 SUV는 작은 차체와 뛰어난 공간 활용성 등을 앞세워 ‘생애 첫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3년 1만2998대 수준의 틈새시장이었지만 전년 14만 대 규모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인하(5.0%→3.5%) 조치는 경차 판매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차를 사려던 소비자들이 지난 7월 중순 개소세 인하를 계기로 준중형차 등 구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자동차 더 뉴 레이 / 사진=한경DB
기아자동차 더 뉴 레이 / 사진=한경DB
완성차 업체들은 디자인 변경과 편의사양을 갖춰 상품성을 높인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소비자 마음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한국GM 경차 ‘스파크’는 올해 누적 판매량이 3만4616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만2626대) 대비 18.8% 감소했다. 지난 5월 더 뉴 스파크를 내놨으나 판매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올 뉴 모닝’은 15.8% 줄어든 5만4404대 팔렸다. 박스카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더 뉴 레이’는 올 들어 2만5216대 팔려 나갔다. 전년 동기(1만7453)보다 44.4% 뛰어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켰다. 6년여 만에 상품성을 개선한 덕분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 뉴 스파크는 1159만~1470만원(자동 변속기 기준)에 살 수 있다. 옵션(선택 사양)을 다 고르면 1674만원에 달한다. 올 뉴 모닝과 더 뉴 레이는 1.0 가솔린 모델이 각각 1075만~1570만원, 1315만~1705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차 값이 오르면서 가벼울 경(輕)이 아닌 공경할 경(敬)자를 사용해야 할 정도”라며 “비싼 가격에 각종 정책 혜택이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 사진=기아차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