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초강력 배출 규제에…폭스바겐 "사업계획 재검토"
독일 폭스바겐이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전기자동차 사업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승용차 기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37.5% 감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폭스바겐의 기존 계획이 EU의 강화된 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EU에 판매하는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당초 2023년까지 전기차 생산에 34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EU가 자동차업계 예상보다 더 강한 제재를 가하면서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 및 디젤 차량 생산 중단, 기존 생산시설의 전기차 생산시설 전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 소비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가격이 기존 차량보다 비싸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EU 규정을 충족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 판매를 줄이고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의 판매를 늘려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 생산량 증가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엄청난 과제”라며 “전기차는 기존 차량보다 조립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근로 시간을 놓고 노동조합과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디스 CEO는 지난 10월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면 10년간 인력 4분의 1을 감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