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곤 회장·켈리 대표 해임안 처리…주총 조기소집해 그룹서 완전추방
"매출·시가총액 역전 지분구조 '불공평'"…닛산 조정요구에 르노 난색 예상


일본 닛산자동차가 22일 이사회를 열고 소득 축소신고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64) 회장의 회장직 해임안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에 파견돼 세계의 유력 자동차회사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회사로 재탄생시킨 '신화'를 연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곤 체제도 19년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동시에 '르노-닛산 연합'의 경영권을 둘러싼 양사, 그리고 일본과 프랑스 정부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날 닛산 이사회에서는 곤 회장과 함께 체포된 그레크 켈리(62) 대표에 대한 해임안도 처리한다.

두 사람은 이사직은 유지하게 되지만, 닛산측은 이사직 해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조속히 개최해 두 사람을 그룹에서 추방할 방침이다.

'르노-닛산 연합'의 한 축인 미쓰비시(三菱)자동차도 내주 곤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곤 회장은 프랑스 르노의 회장도 겸임하면서 '닛산-르노 연합'의 기둥역을 맡아왔다.

그런 만큼 그의 닛산 회장 해임으로 이 연합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 그리고 일본과 프랑스 정부측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곤 회장 19년체제' 마감…日佛, 르노-닛산 경영권전쟁 시작됐다
우선 닛산측은 양측간 '불평등'한 지분 구조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닛산의 주식 43.4%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르노의 주식 15%를, 미쓰비시자동차의 주식 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하면서 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통한 자국내 자동차 및 관련 산업 육성을 오랜 숙원으로 삼았던 것도 이런 지분 구조와 무관치 않다.

양측에 엄정 중립 입장을 견지했던 곤 회장이었지만, 지난 2월 프랑스 정부가 그의 르노 회장 연임 결정을 내리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합병 노선으로 급속하게 기울었다고 한다.

이번 검찰 체포 및 회장직 해임 사태의 배경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자사의 절반인 르노에 회사가 먹히는 것 아니냐는 닛산측 경영진의 위기의식이 있다는 것도 이런 점들과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 19일 기준 시가총액은 닛산이 4조2천439억엔(약 42조6천억원)으로 르노의 174억6천500만유로(약 22조4천억원)의 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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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측은 곤 회장의 체포 및 이어져 나오는 그의 비리 의혹, 회장직 해임으로 르노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 맞설 기반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닛산측은 우선 르노측에 양사간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매출이나 기업가치 규모와 상대 기업의 주식 보유 비율이 정반대인 만큼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르노는 닛산의 주식 43.4%를, 닛산은 르노의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지만, 닛산의 지분 15%는 그나마 의결권이 없어 '불공평'하다는 것이 닛산측의 입장이다.

곤 회장 체제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가 실각하게 된 만큼 닛산의 르노 지분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해소하자고 르노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르노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닛산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줄어들 르노의 닛산에 대한 출자 비율 축소에 대해서는 르노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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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의 자세도 변수다.

프랑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르노-닛산 연합'의 유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르노를 통해 닛산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그런 만큼 지분율 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닛산이 곤 회장에 대한 해임에 나섰지만 르노는 티에리 볼로레 르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면서도, 곤의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직을 유지시킨 것도 양측의 입장차를 보여주는 사례다.

르노 내부에서는 닛산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완전 자회사화하거나 합병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여졌다.

그러나 합병은 양국 법률에 의해 사실상 불가능하고, 완전자회사를 위해서는 2조엔(약 20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정도 자금은 르노가 지난해 12월 시점에서 보유한 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곤 회장이 자신의 급여 허위 기재를 켈리 대표에게 지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하는 등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