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이용우 브라질법인장(부사장·59)을 북미사업 총괄로 앉히고 북미권역본부 가동을 본격화했다. 판매 부진, 품질 문제 등 난관에 부딪힌 현대차가 올 4분기 이후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북미권역본부 본격 가동하는 현대차…돌파구 찾나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여름 설립한 북미권역본부의 총괄 본부장에 이용우 부사장을 선임하며 미국판매법인(HMA)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이경수 전 미국법인 CEO(최고경영자)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 부사장이 북미법인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미 현지에선 새 CEO를 찾기 전까지 이 부사장이 맡은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현대차는 올 여름부터 미국과 유럽, 인도, 러시아에 권역본부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미국 쪽은 기존에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이 분리돼 있었는데 권역본부 출범으로 통합됐다"며 "미국법인장 직함이 북미권역본부장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북미권역본부장은 지난 35년간 현대차그룹에서 일해왔고 조직 내 두터운 신임을 얻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 브라질법인장을 비롯해 그동안 현대차 아중동사업부장, 이노션 미주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모비스 부품 부문의 해외 판매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올들어 미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는 데다 세타 엔진 결함, 에어백 리콜 등 품질 문제까지 불거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경수 전 법인장을 1년 만에 교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경수 전 미국법인 사장은 법인판매를 줄이는 등 판매 단가를 높이려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법인장 자리가 단기간 성과를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 미 시장에서 51만1701대(제네시스 포함)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약 2% 감소했다. 미 자동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1.3% 줄어든 45만2042대를 기록했다.

대규모 리콜에 따른 비용 지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에서 화재 가능성 의혹 등이 제기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현대차는 북미 62만대 리콜 및 엔진의 이상 현상을 진단해주는 시스템(KSDS) 장착 등 품질 강화 비용을 3분기 영업이익에 반영한 탓에 영업이익률이 1%대로 떨어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