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LPG' 상대 가격 비중 고려해야
-유류세 일괄 인하, 서민 부담 경감보다 부자 감세 효과 나타나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최소 6개월 동안 휘발유, 경유, LPG 세율을 일괄적으로 10% 내려 서민들의 기름 값 부담을 줄이면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유류세 일괄 인하는 오히려 부자 감세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는 논쟁의 대상에 오르며 여야 간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류세 인하는 정말 서민 부담 경감보다 부자 감세 효과가 더 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쪽에 힘이 실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016년에 내놓은 '국제유가 변동과 자동차 판매량 변화'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기름 값이 내려가면 보유 차종의 대형화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경차는 기름 값이 낮을수록 판매 비중이 줄어드는데, 실제 2009년 기름 값이 1.24달러였을 때 국내 경차 판매 비중은 10.6%로 전년의 13%에 비해 2.4%P 줄었고, 2015년 또한 기름 값이 1.37달러로 전년의 1.74달러에 비해 떨어지자 13.4%에서 11.8%로 감소했다. 반면 대형차는 경차 비중이 11.8%로 줄어들 때 21%로 전년 대비 1.7%P 증가했다. 당시 기름 값은 2010년 이후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던 만큼 유지비가 내려가면 보다 큰 차로 수요가 이동한다는 의미다.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점이 지적됐다. 유성엽 의원(민주평화당)은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시행했던 유류세 10% 한시적 인하 효과가 경제적 부담을 줄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당시 유류세 인하 기간에 국제 유가가 올라 인하 효과가 상쇄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유류세 인하는 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실제 경기 부양 효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류세, 일괄 인하 아닌 차등적으로 내려야
-서민 부담 줄이려면 경유 및 LPG 혜택 늘려야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유류세의 '차등적 인하'다. 기름에 부과된 세금을 일률적으로 10%씩 내리는 게 아니라 현재 구성된 '휘발유:경유:LPG'의 가격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리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 기대했던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에 시선이 쏠린다.
[하이빔]기름 값, 내리는 것도 차별은 없어야

실제 지난 15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송 연료의 가격 비중은 '100:88:55(휘발유:경유:LPG)' 수준이다. 현재 정부 방침대로 10%를 일괄 인하하면 가격 비중은 '100:89:57'이 된다. 세 가지 엔진을 탑재한 차종이 동일 거리를 운행했을 때 실제 연료비를 계산해보면 휘발유 부담이 가장 많이 줄어들고, 경유와 LPG는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적다. 하지만 지금의 '100:88:55'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유류세를 차등 인하하면 서민 경감 효과가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휘발유가 ℓ당 10%인 82원이 내려갈 때 경유는 73원, LPG는 45원이 떨어진다. 일괄 인하 때 줄어드는 경유 58원, LPG 20원에 비해 서민 부담이 낮아지는 셈이다. 더욱이 휘발유차는 대부분 승용차인 반면 경유와 LPG는 산업 및 생계형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류세 일괄 인하는 오히려 서민들의 역차별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유류제 인하에 따른 환경 문제는 감수해야 할 문제다. 기름 값이 내려가면 기본적으로 자동차 주행거리도 증가하고, 이 경우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환경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하를 선택했다면 최대한 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차등적으로 내리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10% 일괄 인하는 서민 부담 줄이기보다 부자 감세 효과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니 말이다. 일괄 인하보다 차등 감세가 선택돼야 하는 명백한 근거이자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