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 전차종 WLTP 인증으로 자신감 피력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탈(脫) 디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세계를 강타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강도 높은 각 국의 배출가스 규제에 완성차 회사들은 백기(?)를 들고 디젤 엔진에서 하이브리드, PHEV, 순수 전기차 등 전동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이빔]'탈 디젤' 열풍 속 PSA의 자신감

BMW는 최근 내년부터 국가별 디젤 라인업 조정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앞서 발표한 제품 전동화 계획이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예고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유럽을 휩쓴 디젤차 화재 사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BMW에 앞서 일찍이 디젤과 이별을 고한 브랜드는 여럿 있다. 볼보는 디젤 엔진을 2023년까지만 생산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FCA그룹은 2021년까지 모든 승용차의 디젤 엔진을 단계적으로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외에 대부분의 제조사 역시 시기만 다를 뿐 향후 디젤 라인업 축소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이빔]'탈 디젤' 열풍 속 PSA의 자신감

물론 디젤차가 미움(?)을 받는 이유는 배출가스 때문이다.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돼 국민들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침해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 때 지구 온난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판매가 장려됐던 시절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그런데 디젤차 퇴출을 외친 제조사와 각 나라의 시각은 조금씩 다르다. 과거 디젤을 선호하지 않았던 미국 기업은 한 때 디젤이 확산되자 유럽 제조사와 손잡고 디젤 엔진 탑재를 서둘렀지만 배출가스 문제 등이 지적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디젤 퇴출을 선언했다. 승용 디젤의 엔진 경쟁력이 유럽에 비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디젤 퇴출을 선언하면 유럽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가 이뤄지고, 이는 곧 휘발유 중심의 제품군을 보유한 자신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외 볼보 등은 규모를 고려할 때 디젤에 대한 더 이상의 투자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은 몸집으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개발, 운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굳이 디젤을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 역시 정부 차원에서 디젤 규제를 통해 친환경차의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복안이 마련돼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정부가 자동차위원회(Automotive Council)를 만들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된 친환경 기술을 앞장 서 상용화해야 하는 입장을 고려하면 디젤 퇴출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디젤과 휘발유 연료 가격이 비슷해 소비자들의 수요 이동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연료밀도가 높은 디젤이 가솔린 대비 ℓ당 주행거리는 길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이빔]'탈 디젤' 열풍 속 PSA의 자신감

이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디젤 규제를 대비해 온 PSA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모든 제품군에 디젤 유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 도입 전인 2016년에 이미 업계 최초로 실제 주행 환경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왔고, 이를 통해 도출된 효율과 질소산화물(NOx), 입자개수(PN)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할 정도로 자신감을 나타낸다. 이미 보편화된 SCR(선택적환원촉매)과 DPF(미립자필터)의 조합을 발 빠르게 적용하며 엄격해지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의미다.

여느 자동차 회사와 마찬가지로 푸조와 시트로엥 역시 PHEV와 전기차 등 미래를 위한 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규제를 철저하게 대비한 덕분에 디젤에 대한 출구 전략은 여유롭다. 디젤 시대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는 결국 제조사 스스로의 몫이라는 뜻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