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조사, 화재 위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원인-처방' 상호 검증 시스템 제도 만들어야

BMW 4기통 디젤 엔진 화재에 대한 리콜을 두고 여기저기서 통계 논란이 한창이다. 판매대수 대비 발화율을 놓고 벌어지는 일종의 편파논쟁이다. 화재는 BMW뿐 아니라 모든 국산 및 수입차에서 나타나는데 화재가 일어나면 BMW만 보도하는 게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전체 등록대수 대비 화재건수를 비교하면 BMW가 1만대 당 1.5건으로 가장 높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측 주장은 각자의 논리를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화재 이후 대처라는 '본질'은 배제한 논란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13일 소방청에 따르면 자동차화재는 연평균 5,000건이 발생한다. 여기서 일부는 승용과 화물, 승합 등을 구분하고 필요하면 방화와 실화도 나눈다. 그런데 이런 구분과 관계없이 본질은 BMW를 포함해 모든 자동차가 언제든 화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화재를 막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 리콜은 늘 빈번히 이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을 명령받은 차종만 50여 종에 이른다. 브랜드별로는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BMW, 아우디·폭스바겐, 포드, 렉서스, FCA, 벤츠, 재규어, 한불, 혼다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화재 가능성도 다양해 연료 누유, 엔진오일 누유 등을 비롯해 엔진제어 불량에 따른 부품과열, 에어컨 배수 결함에 따른 전기단락 등이다.
[하이빔]BMW 화재, '통계'보다 중요한 건 '조치'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별 판매대수 대비 화재건수를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시 말해 화재원인을 발견했다면 이후 조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BMW 화재사태에서 온통 관심은 문제의 원인진단과정에서 수입사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조치하고 있으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조사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BMW는 "할 수 있는 조치와 보상을 다하겠다"며 신속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제품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고, 사후 조치와 별개로 소비자에게 보상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BMW 외에 다른 화재를 경험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는 커녕 보상조차 받지 못해서다. 해당 제조사에 하소연을 해도 들어주지 않고, 조사와 보상을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다.
[하이빔]BMW 화재, '통계'보다 중요한 건 '조치'


지난 2008년 타계한 세계적인 품질경영의 선구자였던 J.M 주란 박사는 "불량품은 애초부터 만들지 않아야 하며, 설령 만들어 판매했다면 신속한 사후 조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지금의 BMW 화재사태에서 직시해야 할 건 사후 조치의 신속성이다. 당초 고지한 일정까지 안전진단을 마칠 수 있는지, 필요한 부품은 얼마나 빨리 공급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최근 논란을 보면서 의아했던 건 자동차 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왜 통계에 주목할까'이다. 그 이면에는 제조사들이 통계를 하나의 면책카드로 삼으려는 그릇된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 어떤 자동차기업도 연간 화재건수가 평균에만 부합하면 마치 화재에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으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하이빔]BMW 화재, '통계'보다 중요한 건 '조치'


그래서 리콜제도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을 받았음에도 화재를 겪을 수 있어서다. 이는 화재 원인 진단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리콜제도에서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행히 국회에서 입법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래야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는 연간 5,000건의 화재 경험자는 물론 화재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을 국가가 보호할 수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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