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접고 동남아와 호주 공유경제 진출
-택시 업계 반발로 카헤일링 도입에 난관, 해법 찾기 골몰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에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이달에는 호주의 자동차 공유 선도 업체인 '카 넥스트 도어'와 손 잡고 카셰어링 서비스를 출범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카풀 업체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도 채 안돼 지분 전량을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실제 국내 카헤일링 시장은 현대차마저 포기시킬 만큼 높은 장벽에 가로 막혀 있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 공유 기업인 '우버'도 고급 택시인 우버X만을 남겨둔 채 국내 시장 진출 2년만에 사업을 접었고,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자 카풀앱 1위인 '풀러스'는 경영난으로 70%에 이르는 직원을 감원했다. 각종 규제와 택시 업계의 반발에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무릎을 꿇은 셈이다.

세계적 사례에 비춰봤을 때 카헤일링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국가들의 경우 택시 시장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유연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남아와 호주, 싱가폴은 택시를 제공하는 자국의 자동차 제조사가 없으며, 미국은 대부분 이민자들이 택시를 운영해 서비스 품질이 낮고 가격은 비싸다는 지적을 받는다. 즉 카헤일링 사업이 택시 시장에 침투하더라도 기업이든 소비자든 이해 관계에서 크게 손해보는 집단이 없는 곳에서 활성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카헤일링 진입이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은 택시 업계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택시를 직접 공급하는 제조사도 포함돼 있다. 이 경우 제조사들은 연간 수 만대의 택시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먼 미래의 불투명한 가능성을 위해 당장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논리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한다. 표심이 어디에 몰려 있느냐와 연결돼 있어서다. 이는 한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 프랑스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택시 업계가 버티는 한 국내 공유 경제 활성화는 불가능한 얘기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택시 업계와 제조사,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까지 서로 '윈-윈' 가능한 방식이 제안돼서다. 바로 택시를 공유경제 사업으로 육성하자는 의견이다. 이른바 합승 허용 부활이다. 발전된 IT 기술로 과거 택시 합승의 단점을 보완해 승차난을 해소하고 공유경제에 활용하면 이용자 요금 인상도 억제되고, 택시 업계도 수익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실제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최근 내놓은 공유사업의 시작 역시 일종의 합승 개념이다. 앱을 통해 1차적으로 목적지를 선택한 사람이 이동할 때 같은 경로 상에서 또 다른 목적지를 호출한 사람과 함께 타는 것이다. 이 때 합승자의 요금은 합리적으로 정산되고 모든 주행 경로가 기록돼 안전 대한 염려도 낮춘다. 일본 택시 업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승을 부활시키고 서비스 품질 향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택시 합승 허용이 공유경제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논란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법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다양한 공유경제 모델을 내놓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만 하면 이후 결과는 대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는 의미다. 즉 허용된 것 외에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보다 시장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4차 산업혁명을 맞는 시대에 요구되는 적합한 방식이라는 얘기다. 과연 지금의 폭풍(?) 속에서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카헤일링 시장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추진되는 게 맞지 않을까.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어느 현자(賢者)의 말이 떠오른다.

[하이빔]모빌리티 공유에 택시가 활용된다면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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