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에 문을 단 5도어 차량인 해치백은 수납공간을 넓게 쓸 수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판매량이 저조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해치백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 3월 내놓은 소형 해치백 프리우스C는 지난달까지 470대가 팔렸다. 6주 만에 연간 판매목표(800대)의 50%를 넘겼다. BMW의 준중형 해치백 118d는 지난해 3610대가 팔리며 수입 디젤차량 중 판매 순위 7위에 올랐다. 올 1분기(1~3월)에도 798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0% 가까이 늘었다.

현대자동차의 해치백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가 지난 2월 내놓은 준중형 해치백 신형 벨로스터의 월 판매량은 제자리걸음이다. 현대차의 해치백 모델인 벨로스터와 i30, 해치백의 사촌 격인 왜건 모델 i40는 현대차의 모델별 판매순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달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현대차는 다음달 벨로스터의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수입 해치백은 소비자 사이에서 ‘수입차치고 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형 혹은 준중형 모델인 만큼 수입차 라인업 중 가격이 낮은 편에 속한다.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에 수입차를 타고 싶은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지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국산차는 그 반대다. ‘해치백’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가격이 뛴다. 클리오(4062㎜)와 벨로스터(4240㎜)는 현대차의 소형 세단 엑센트(4370㎜)보다 전장(길이)이 짧지만 가격은 더 비싸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해치백은 세단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차체가 더 크다”며 “창문이 달린 후면 도어를 장착하고 후방 추돌에 대비한 안전 성능까지 더하면 원가 자체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량 크기(차체 길이)로 자동차의 급을 판단하고 가격을 가늠하는 국내 소비문화에서는 해치백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