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과 독점적 차종, 둘 중 하나는 성공해야
-쉐보레, 르노삼성 틈새 차종 투입 고려할 때

지난 1~3월 국내에서 1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차종은 현대기아차에 쏠려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그랜저(2만9,183대), 쏘나타(1만6,284대), 아반떼(1만7,412대), 싼타페(2만174대), 코나(1만971대), 제네시스 G80(1만720대), 스타렉스(1만1,776대), 1t 포터(2만2,322대)가 인기를 끌었고, 기아차는 모닝(1만4,400대), K5(1만1,709대), 카니발(1만3,473대), 1t 봉고를 포함한 트럭(1만4,686대)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3사 가운데 1만대 이상을 기록한 차종은 전무하다.

그런데 수입차 중에서 1만대 이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벤츠 E클래스가 1~3월 1만1,110대를 기록했는데, 개별 차종이 아닌 여러 가지치기 제품 모두를 더한 숫자라 해도 'E클래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만큼 1만대 이상은 벤츠코리아도 내심 놀라는 기록이다.

사실 주력이든 독점적이든 단일 차종 1만대 판매가 갖는 상징성은 꽤 크다. 1만대 차종이 많을수록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례로 벤츠코리아는 1~3월 내수에서 E클래스를 포함해 2만1,633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르노삼성 전체 내수 판매(1만9,555대)보다 많다. 그 가운데 E클래스는 르노삼성의 주력으로 일컬어지는 SM6의 1~3월 판매대수 6,031대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하이빔]자동차, 독점적 차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하지만 흥미를 끄는 대목은 현대기아차 독점적 차종의 선전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에게 소형 상용은 그야말로 효자 차종이다. 올해만 1~3월 누적 내수 판매만 3만4,098대에 달한다. 스타렉스는 1만1,776대, 1t 포터는 2만2,322대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 내수 판매의 2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기아차 또한 미니밴의 독점적 지배자로서 카니발 의존도가 높다. 1~3월 1만3,473대로 전체 누적 내수판매의 10.8% 비중이다. 물론 1t 봉고 트럭(1만1,212대)까지 포함하면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비중은 20%가 넘는다. 이밖에 쌍용차도 국내 유일의 SUT 렉스턴 스포츠가 3월까지 8,264대가 판매돼 35.5%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차종이 거의 없다. 그나마 쉐보레는 스파크와 볼트 EV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지만 르노삼성은 틈새를 파고 들어 수요를 이끌 만한 차종이 없는 게 고민이다. 주력인 SM6와 QM6는 경쟁 상대가 즐비하고, EV는 주행거리에서 점차 밀려나는 상황이다. 그나마 새롭게 소형차 클리오를 투입하지만 마찬가지로 경쟁 차종이 즐비해 독점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시 말해 쉐보레와 르노삼성의 부진은 제품력 열세가 아닌 확장 가능한 상품 부재가 근본 이유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새로운 상품을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틈새를 노리고 제품을 내놓아도 월 1만대는 고사하고 연간 1만대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요구는 다양해지는 중이지만 수익을 고려할 때 판매대수가 적은 틈새 차종을 넣는 것은 오히려 손해를 입는 행위여서 결정이 어렵다. 결국 방법은 주력 차종의 세대 교체로 신차 효과를 누리는 일이지만 이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 대수가 확보돼야 가능하다. 제조물을 팔아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다시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순환 고리를 감안할 때 판매 저하로 이익이 떨어지면 신제품 개발 또한 속도를 낼 수 없다. 쉐보레와 르노삼성이 새로운 제품의 판매를 준비할 때 국내 생산보다 완제품 수입을 선호하는 이유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이 욕구가 강해지는 것도 국내 완성차 5사에게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클래스가 보여주듯 소득이 증가할수록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그나마 덩치가 큰 현대기아차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항마라도 띄울 수 있지만 이외 기업은 마땅한 제품이 없다.

그래서 지금처럼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수록 독점적 차종이 없는 곳의 내수 판매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숨통을 돌린 쉐보레가 회생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으려는 것도 결국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수출이라고 모두 같은 상황은 아니다. 르노삼성 또한 수출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 하지만 올해 1~3월 주력 차종인 SM6의 수출은 100대 미만에 불과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쉐보레와 르노삼성에게 있어 미래 돌파구는 수요를 이동시킬 수 있는 독점적 차종의 개발 또는 발견이다. 이미 해외 모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제품이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차종의 적극적인 발굴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별 차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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