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23%를 넘어섰다. 2011년 러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처음이다.

남들 철수할 때 新車 투입… 러시아서 빛난 MK의 결단
8일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지난 1~3월 현대차기아차는 러시아에서 9만1301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1분기(6만7812대)보다 34.6% 늘었다. 1분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사상 최대 규모다. 시장점유율은 23.2%다. 지난해 1분기(21.0%)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러시아 최대 자동차 회사 아브토바즈를 인수한 르노닛산그룹(34.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등 공신은 기아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다. 1분기에 2만5370대가 팔려 판매량 1위를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순방 중 “리오는 7년 전 현대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투자의 결실”이라고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도 1분기 판매량 4위에 올랐다. 크레타는 인도와 러시아 등지에서 판매하는 현지전략형 모델이다. 현대차 솔라리스(국내명 엑센트)가 5위, 기아차 SUV 스포티지가 1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이후에도 현대·기아차가 현지 생산을 포기하지 않은 게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승용차 및 소형상용차 기준)은 2012년 293만5111대 규모에서 2016년 142만5791대 규모로 줄어들었다. 유럽과 미국이 2014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한 게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러시아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다수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러시아 시장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생산량을 줄이기는커녕 신차 투입을 확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러시아 경제가 곧 회복할 것이니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16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을 찾아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며 “당장 어렵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국제 유가가 꾸준히 올랐고 러시아 정부가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판매량이 처음으로 4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