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전기차 판매 '고군분투'…아이오닉 선전 타고 11위 → 6위로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원들이 억울해 하는 평가 중 하나는 전기차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 글로벌 6위까지 올라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8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르노·닛산(5만8000대), 테슬라(5만1500대), 베이징자동차(2만2300대), 중타이자동차(2만1700대), BYD(1만6300대) 등에 이어 6위다. 이 가운데 자국 내 판매가 대부분인 중국 업체들을 빼면 사실상 세계 3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순위는 11위였다. 올해 중국 지리·장화이·체리·장링과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5계단 뛰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아이오닉은 글로벌 전기차 가운데 가장 효율이 높다. 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아이오닉의 전비(電比)는 57.8㎞/L로 세계 전기차 중 1위다. 전비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연료 1L에 해당하는 에너지(33.7㎾h)의 전기를 충전했을 때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

아이오닉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91㎞로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EV(383㎞), 테슬라의 모델3(예상 주행거리 346㎞)에 못 미친다. 그러나 전비는 모델3(53.6㎞/L), 볼트EV(50.6㎞/L)를 앞선다. 배터리 용량 차이 때문에 최대 주행거리는 짧지만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쓰면 아이오닉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상반기엔 1회 충전으로 390㎞ 이상 달리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전기차 코나(현대차)를, 하반기엔 니로(기아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 성장세는 정부 지원이 경쟁 국가에 비해 미진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올해 한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최대 2400만원(환경부 1400만원·지자체 300만~1000만원)으로 중국(17만5000위안·약 2940만원), 미국(2만8500달러·약 3176만원)보다 적다.

한국의 전기차 정책은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에 집중돼 산업 육성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