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끊이지 않는 현대차의 피아트 크라이슬러 인수설
현대자동차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인수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것인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과 북미시장에서 판매부진으로 고전중인 현대차가 FCA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루머수준의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브스는 28일 ‘현대차와 FCA 합병은 얘기가 될까’라는 전문가 기고를 실었다. ‘서울맨’ 저자 프랭크 아렌스 전 현대차 임원은 이 글에서 “전체가 아닌 부분 인수와 가격조건만 맞다면 올바른 결정일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우선 현대차 입장에서는 FCA가 갖고 있는 지프(JEEP) 등 SUV와 픽업트럭 등을 통해 부족한 라인업을 보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올들어 JEEP의 중국 판매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당장 경쟁력있는 SUV를 갖지 못해 중국 시장서 고전중인 현대차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반면 FCA는 올들어 중국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모두 상승하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세단에서 SUV로 전화되면서 지프와 같은 프리미엄 차종이 큰 인기를 끌면서다.

FAC가 보유한 램(RAM)등 역시 현대차가 북미시장 공략에서 아쉬워하는 픽업트럭 라인을 채울 수 있다. 현대차가 최근 투산을 플랫폼으로 하는 소형픽업 트럭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브스는 현대차가 FCA를 인수하면 북미시장에서도 퍼시피카를 통해 미니밴 시장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연간 150만대 이상의 판매증가를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프 역시 올해 미국서 80만~90만대의 판매가 예상된다.

대신 현대차로서는 FCA가 보유한 라세타리 등 프리미엄 세단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제네시스를 통해 BMW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고급 세단 라인업을 보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FCA의 합병 가능성은 공교롭게도 지난 8월 중국 최대 SUV회사인 중국 창청(長城)자동차가 지프(Jeep)브랜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의 보도 이후 제기됐다. 전문매체들은 이 보도에 대해

세르지오 마르키온느 FCA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를 끌어들이기 위한 플레이를 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 SUV의 상징과 같은 지프 브랜드의 중국 매각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간파하고, 지프의 중국 매각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현대차를 협상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다.

투자분석가들은 현대차가 FCA를 통째로 인수할 경우 약 10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즉시 폭스바겐,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되겠지만 모든 브랜드를 한 지중 아래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보유액은 1060억 달러로 자금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차와 크라이슬러간 합병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글로벌 합종연횡 차원에서 이같은 시나리아가 나왔다. 두 회사가 판매시장이 충돌하지 않고, 차종중복도 거의 없는 최적의 M&A파트너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라는 전략을 추구해왔고, 지금까지는 판매실적을 통해 이같은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FCA는 향후 글로벌 자동차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명선을 찾고 있고, 현대차 역시 중국 정부의 보복을 피하면서 중국과 북미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적절한 가격과 거래구조를 통해 현대차가 FCA로부터 필요한 부분을 얻을 수 있다면 올바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