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  /한경DB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 /한경DB
“자율주행차의 성패는 소프트웨어(SW)에서 갈립니다. 그런데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이 대부분 부품 개발에 쏠려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SW가 핵심…정부는 부품만 쳐다봐"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은 “정부의 자율주행차 육성 전략이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개발은 완성차업체가 부품업체에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발주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며 “수십억원 예산을 들여 부품을 아무리 잘 개발해도 사주는 업체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는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일반도로 임시운행 면허를 받았다. 지난 4월 서울 여의도에서 자율주행 0~5단계 중 무인차(5단계) 바로 아래인 4단계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4단계는 운전자가 타긴 하지만 돌발상황에서도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36개 업체·기관의 자율주행차가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며 “그 차들이 부품이 필요해서 실리콘밸리에 간 것도 아니고 현재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에 장착한 부품이 완성 단계인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차가 몰리는 건 현지 벤처기업들과 협업해 운영체계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R&D 예산을 완성차부터 부품회사, SW 개발 기업까지 아우르는 완성된 프로젝트에 배정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R&D 전략은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것인가’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이나 일본 등에선 이미 부분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셔틀 서비스가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한참 늦었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국토부가 지난해 3월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허가한 것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막아온 큰 걸림돌을 해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민간 기업이 시범운행으로 수집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등 규제가 다시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