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있는 르노 테크노센터에서 엔지니어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르노는 파리 부근 비리샤티용 F1센터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을 중앙연구소인 테크노센터에서 상용화하고 있다.  /르노 제공
프랑스 파리에 있는 르노 테크노센터에서 엔지니어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르노는 파리 부근 비리샤티용 F1센터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을 중앙연구소인 테크노센터에서 상용화하고 있다. /르노 제공
“포뮬러1(F1) 대회에 출전할 차량 두 대를 제작하는 데 1000명을 투입합니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당연히 해야 할 투자입니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 부근 비리샤티용에 있는 르노 F1센터에서 만난 제롬 스톨 르노 스포츠레이싱 회장은 F1에 도전하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큰 인기가 없지만 F1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크다. 세계 128개국에 생중계되며 시청자 수만 6억 명에 달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유럽 이외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은 르노로서는 도전할 만한 과제다. 르노는 2012년 F1을 떠났다가 2016년 복귀했다. 복귀 5년차인 2020년 F1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톨 회장은 “F1 차량용 엔진을 제작하는 업체는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 혼다 등 네 곳밖에 없다”며 “대중 브랜드인 르노가 벤츠 또는 페라리와 대등하게 경쟁한다는 것만 보여줘도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르노 스포츠레이싱은 팀 운영과 차체 제작을 맡는 런던센터에 600여 명, 비리샤티용에 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비리샤티용 F1센터의 핵심 역할은 엔진 등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개발이다.

이날 가본 F1센터 엔진조립실에선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부품을 하나씩 조립해가며 수작업으로 엔진을 제작하고 있었다. 내년 F1 시즌을 위한 새로운 엔진이었다. 스테판 아스포 엔진조립장은 “1년에 약 200개의 엔진을 제작해 각종 테스트를 반복해 단 네 개만 골라낸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테스트룸에선 F1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F1 선수들이 엔지니어와 함께 실험 부스에 엔진을 넣고 실제 F1 코스의 주행 환경에 맞춰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F1센터의 또 다른 역할은 전기차 경주대회인 포뮬러E(FE)용 머신을 개발하면서 전기차 모터와 배터리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스톨 회장은 “FE에서 글로벌 완성차들이 전기차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FE에는 르노와 아우디, 재규어, 마힌드라 등이 참가하고 있으며 BMW와 벤츠도 참여를 선언했다.

르노는 F1센터에서 확보한 기술을 일반 판매차량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F1 머신에 먼저 적용한 터보와 직분사 기술은 르노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두 기술의 조합으로 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 출력을 유지하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F1 차량은 40%, 일반 차량은 25%의 연비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르노가 F1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1.5L 디젤 엔진은 르노뿐만 아니라 닛산, 벤츠 등의 26개 차종에 쓰이고 있다.

비리샤티용=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