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포커스] 요트 탄 듯 부드러운 승차감… 가속 때 소음·흔들림도 없어
랜드로버가 고급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벨라(사진)’를 국내에 선보였다. 각종 신기술을 접목해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부터 인천공항 근처 한 호텔까지 68㎞ 구간을 직접 타 봤다. 시승 차종은 3.0L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었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요트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가속 등 탁월한 주행 성능도 뽐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간결한 직선 위주 라인과 쿠페형 루프(지붕),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은 탄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대형 공기 흡입구와 바짝 들어올린 후면부는 스포츠카를 연상케 한다. 매트릭스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와 자동 전개식 문손잡이 등도 돋보이는 요소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에 장착된 10.2인치 터치스크린이 젖혀지면서 운전자를 맞이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터치스크린 두 개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장치, 차량 설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유니언잭(영국 국기) 무늬가 들어가 있는 시트와 스피커는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커다란 차체가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디젤 차량이지만 특유의 소음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고급 요트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다.

과속방지턱과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났지만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또 노면과 차체를 각각 초당 500회, 100회 모니터링하는 ‘어댑티드 다이나믹스’ 기능 덕분에 주행이 편안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가속 페달을 꾹 밟아보니 속도계가 거침없이 올라갔다. 시속 170㎞가 넘었지만 체감 속도는 훨씬 낮았다. 시승 차량은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71.4㎏·m의 힘을 낸다. 제로백은(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 6.5초에 불과하다. 다만 코너를 돌 때는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 아쉬웠다.

1969년 제작된 프로토타입(시제품)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레인지로버 벨라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스포츠 사이에 위치한다. 트림별 가격은 9850만~1억4340만원. 국내 공식 출시일은 9월18일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