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들은 22일 열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서 일제히 중국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금이 제대로 돌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퇴출 압력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차량용 파스너업체 진합 회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현대·기아차 중국 협력사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최장 6개월짜리 어음으로 부품 대금을 지급하는 통에 현금 흐름까지 막혀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현금 결제를 요구해도 중국 합작사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은 145개에 이른다.

현지 부품업체들은 또 중국 정부와 완성차업체의 노골적인 퇴출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엔진·변속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합금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 4월 중국 환경부로부터 베이징 현지 공장 설립 허가 취소 통보를 받았다.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A사는 해당 물질이 인근 다른 공장에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납품처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까지 겹쳐 고민하던 차에 공장 폐쇄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중국인 직원들이 나서서 정부에 항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박모 대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부품업체를 키우기 위해 한국 부품 회사에 이런 식의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빌미로 자국 부품사 키우기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자동차, 둥펑자동차 등도 합작사인 현대·기아차에 “이제 중국 부품사의 품질 수준이 많이 높아졌으니 이들의 납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를 수시로 건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속 근로자들이 나서는 것 외에 마땅한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 명목으로 해외 완성차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 완성차업체와 50 대 50 합작사를 설립하도록 했다. 그러나 부품업체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중국 자동차 시장 확장기에는 부품업체들이 이 점을 활용해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퇴출 압박이 본격화하자 합작사 없이 100% 한국 자본으로 설립했다는 게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품업체들의 하소연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