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오피니언] 자동차 보증수리 연장은 '융합'의 산물
물건을 파는 상인이 위험한 강을 건너야 한다. 물건 손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배에 제품을 나눠 싣고 건넌다. 한 척에 모두 적재하는 게 여러 척에 나누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그 한 척이 전복되면 손실은 더 크다. 기원전 중국과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거래했던 방식이고, 훗날 보험의 기원으로 일컬어진다. 이후 보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식돼 지금에 이른다.

자동차도 보험 가입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늘 사고와 고장 가능성에 노출돼 있어서다. 그래서 사고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일정 수준의 보상 기준을 정한 뒤 가입을 의무화한다. 흔히 말하는 ‘자동차 책임보험’이다.

그런데 사고뿐 아니라 움직이는 기계라는 점에서 고장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구입 후 일정 기간 제조사가 보증을 해주는데 이를 ‘워런티(warranty)’로 부른다. 하지만 제조사가 아니라 보험사가 고장 가능성을 상품화할 수도 있다. 상품 구매자의 수리를 보험사가 보증하는 방식, 즉 ‘개런티(guarantee)’의 개념이다.

2013년 국내 한 보험 대리점이 자동차 보증수리 연장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소비자로선 누가 판매해도 해당 상품만 구입하면 보증수리 기간이 보장(guarantee)됐으니 상품 판매만 연간 4000건이 넘었다.

그러자 비록 자동차 보증수리 연장이라도 보험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판매 자격 논란이 제기됐고,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아니면 판매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도 내렸다. 제조 및 수입사의 판매는 일종의 보증(warranty) 서비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보증수리 연장 상품을 두고 완성차 회사가 팔면 ‘서비스’, 보험사가 팔면 ‘보험’으로 분리된 배경이다.

이후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 보증 상품은 보험과 맞물리기 시작했다.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면 자동차 회사가 ‘부가 서비스’로 판매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연장 기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보험사가 자동차 회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최장 2년 또는 4만㎞ 이내’ 보증수리 연장 상품인 ‘워런티(warranty) 플러스’를 내놨다. 물론 BMW와 렉서스 등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보증 기간 연장을 원하는 소비자가 꽤 있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상품 선택 여부는 철저히 소비자 몫이지만 상품이 있고 없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러자 국내 완성차 업체도 비슷한 보험 상품 판매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제3자를 통한 개런티 상품이 문제였다는 점을 반영해 이번에는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워런티 상품이다.

하지만 표면만 워런티일 뿐 이면엔 개런티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보증수리 연장 상품이야말로 보험사와 완성차 회사의 절묘한 융합의 결과물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