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위기 넘자" 현대·기아차, 100여명 TF 꾸려
현대·기아자동차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 판매 목표를 연초보다 4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서만 연간 판매량을 80만 대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위기 극복을 위해 사장급 임원이 이끄는 100여 명의 대규모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 판매 계획을 연초 195만 대에서 117만 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125만 대에서 87만 대로, 기아차는 70만 대에서 30만 대로 줄어들게 된다.

현대차보다 기아차의 감소 폭이 큰 것은 현대차가 지난해 창저우 4공장, 올해 충칭 5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전체 생산 물량이 늘어난 데 비해 기아차는 증설이 최근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차 114만 대, 기아차 65만 대 등 총 179만 대를 판매했다. 작년 글로벌 전체 판매량(788만 대)의 22.7%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전체 판매 목표를 작년 판매량보다 4.7% 많은 825만 대로 잡았고, 그중에서도 중국 시장에선 현대차 신공장 가동을 반영해 8.9% 늘어난 195만 대로 책정했다. 하지만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이후 매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씩 빠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43만 대로 전년 동기 81만 대의 절반으로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상품 개발, 마케팅 등 인력들로 ‘중국시장 경쟁력 강화 TF’를 구성했다. 경영 현안에 따라 다양한 TF가 조직 또는 해체되지만 TF 규모가 100여 명에 이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현대·기아차가 중국 실적 부진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TF 구성은 중국 시장 판매를 회복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철회를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강화 등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부 진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까지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 자리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