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펀 앤 세이프티 행사 / 사진=박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펀 앤 세이프티 행사 / 사진=박상재 기자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 오토시티.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모델인 아반떼 스포츠와 i30 수십여대가 헤드램프를 켠 채 줄지어 서 있다. 러버콘(고깔 모양의 교통안전시설물) 사이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타이어의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현대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 행사를 찾았다. 이 행사는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을 배울 기회를 주는 유료 프로그램. 아마추어 레이스에 입문하기 위해 첫 단계인 ‘펀 앤 세이프티’ 클래스를 다녀왔다.

◆ 겪어보지 못한 대처법 배워

이날 행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됐다. 기본적인 제동·코너링을 알아보는 웜업과 여러 운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트레이닝, 주행의 재미를 느끼는 펀 드라이빙이다.

이론 교육을 마친 뒤 주행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급정거하면서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을 사용해 봤다.

시속 50㎞ 속도로 달리다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차가 앞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미끄러지다 곧바로 멈춰선다. 순간 브레이크 페달이 ‘우두둑’하는 소리를 내더니 발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계기판엔 ABS 작동을 알리는 경고등이 연이어 켜졌다.

“브레이크 제동 성능의 한계를 경험한 적이 없었을 겁니다. 긴급한 상황에선 당황할 수밖에 없죠. 생소한 이 느낌을 기억해두면 급정거 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전대은 드라이빙 아카데미 인스트럭터)

ABS는 급정차할 때 브레이크가 잠기는 현상을 막아준다. 덕분에 조향이 가능해져 보다 쉽게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자리를 옮겨 러버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지나는 슬라럼과 원선회를 통과, 저마찰로에 들어섰다. 고무패드 위에 비눗물을 뿌려놓아 노면이 미끌미끌하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90도 커브를 두 차례 연속으로 빠르게 돌아나와야 한다. 고속 회전 시 앞바퀴가 밀려나가는 ‘언더 스티어’와 반대로 뒷바퀴가 밀리는 ‘오버 스티어’를 극복하는 코스다.

첫 커브에 진입하면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 순간 차가 기울면서 바깥쪽으로 밀렸다. 겨우 중심을 잡으니 진행자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2초 동안 당겨 오버 스티어 상황을 만들었다.

사고가 난 것처럼 차 뒤쪽이 핑그르르 돈다. 시야가 흔들리고 머리 속이 하얗게 됐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밀려난 방향으로 돌리니 균형이 잡힌다.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놀라셨죠. 운전자는 오버 스티어같은 상황에 본능적으로 대처합니다. 다만 차가 움직이는 성질을 몸으로 익혀두는 게 필요해요.”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펀 앤 세이프티 행사 / 사진=박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펀 앤 세이프티 행사 / 사진=박상재 기자
◆ 미처 몰랐던 양산차의 성능

운전을 마치고 동승체험을 위해 인스트럭터가 모는 차에 몸을 실었다. 사용할 차는 준중형 해치백 i30. 공간이 제한적이지만 시속 100㎞를 가뿐히 넘어서 맹렬하게 치고 나간다. 세워둔 러버콘에 닿을 듯 차를 몰아붙인다.

몸이 좌우로 요동치고 타이어는 금방이라도 찢길 것처럼 굉음을 쏟아냈다. 평소 알고 있던 양산차와 다른 느낌이 들어 튜닝 여부와 무리가 가지 않는지를 물었다.

“디스크 브레이크만 손을 좀 봤습니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i30와 동일해요. 이 정도로는 끄떡 없습니다. 우리가 타는 차는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지니고 있어요.” (오한솔 드라이빙 아카데미 인스트럭터)

이날 드라이빙 아카데미에는 궂은 날씨에도 6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꼬리잡기 주행인 폭스 헌팅과 360도 회전, 연속 S자 커브, 짐카나 등 다양한 코스를 주파했다.

선수 뺨치는 운전 실력을 가진 사람부터 기초를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이들까지 구성원들이 다양했다. 잠깐 쉬는 시간에는 질문과 토론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얼마전 운전면허를 딴 여자친구를 데려올 생각”이라며 “긴급상황 대처 요령 등 운전실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기초 단계인 펀 앤 세이프티와 스포츠, 레이스 등의 단계가 있다. 실제 참가자 중 최우수자 1명은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아반떼 챌린지레이스에 출전하고 있다.

1년 이상 운전 경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1인당 3만원.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펀 앤 세이프티 행사 / 사진=박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개최한 ‘드라이빙 아카데미’펀 앤 세이프티 행사 / 사진=박상재 기자
화성=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