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시가 임박한 테슬라 모델 S 90D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성능인 주행거리가 미국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거리보다 현저히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하는 모델 S 90D는 환경부로부터 378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반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한 모델 S 90D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94마일로 환산하면 473km에 달한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주행거리가 미국보다 거의 100km나 적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주행거리 측정 방식이 미국보다 까다로운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테슬라처럼 미국과 한국에서 인증한 전기차 주행거리가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인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이 상반기 출시하는 볼트(Bolt) 전기차는 환경부로부터 미국 EPA의 238마일(383km)과 같은 383km를 인증받았다.

볼트(Volt)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미국에서 전기만으로 53마일(85.3km)에 총 420마일(675.9km)을 인증받았다.

환경부 인증은 전기만으로 89km(총 676km)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전기차)의 주행거리는 환경부 191km, EPA 124마일(199.6km)이다.

미국에서 좀 더 높게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행거리 측정 방식은 미국과 대동소이하다.

도로 주행 상태를 재현하는 차대동력계에 시험 대상 차량을 올려놓고 동력계에 설정된 운전계획에 따라 차를 운행하면서 평가한다.

차대동력계는 헬스장 자전거처럼 제 자리에서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장비다.

도심과 고속 주행 모드에서 주행거리를 평가해 복합 모드를 계산하고 측정치의 70%를 인증한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보정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미국과 약간의 차이가 날 수 있지만 100km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미국 규정을 가져왔기 때문에 보정방식을 제외하고는 시험방법이 동일하지만 보정방식 때문에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우리나라 인증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평가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데도 실제 주행거리를 인증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같은 시험을 수백 번 치르면서 온갖 요령과 비법을 터득한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달리 테슬라는 국내 인증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국토교통부 제작자등록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주행거리는 재측정이 가능하다.

테슬라는 출시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재측정을 하지 않았지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 S 90D가 재측정을 통해 더 많은 주행거리를 인증받지 않는 이상 최대 주행거리의 영광은 당분간 볼트(Bolt) 전기차(383km)가 차지할 전망이다.

한편, 유럽과 중국은 도심·고속 구분 없이 단일 모드(NEDC)로 평가하고 측정치의 100%를 인증하기 때문에 같은 모델도 주행거리가 한국과 미국보다 높게 나온다.

모델 S 90D는 영국에서 346마일(557km)을 인증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