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IHS는 세계 완전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 2100만대에 이를 것이란 ‘수정 전망’을 지난 6월 내놨다. 불과 2년 전인 2014년 IHS가 예측한 2035년 자율주행차 시장은 1200만대였다. 2년 사이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릴 만큼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게 IHS의 설명이다.
[미래 자동차, 세상을 바꾼다] "태우러 와"…부르면 달려오는 무인차, 20년 뒤 2100만대 달린다
2025년께 무인차 출시 전망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을 다섯 단계(0~4)로 구분하고 있다. IHS의 예측에 나오는 자율주행차는 4단계로, 사람이 목적지만 입력하면 다른 조작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사람이 아예 타지 않는 ‘무인차(無人車)’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아직 4단계 자율주행을 완성해 상용화한 기업은 없다.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구글은 3단계라고 NHTSA는 평가했다. 대부분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제어하며, 운전자는 자동차의 요청이 있을 때만 운전에 개입하면 되는 정도다. 다만 구글은 자동차를 팔지 않기 때문에 상용화라고 보긴 어렵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무인차 콘셉트카
메르세데스벤츠의 무인차 콘셉트카
3단계 자율주행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자동차 회사로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꼽힌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은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등 각종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자동차 스스로 달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지난 5월 오토파일럿 모드를 켜고 달리던 운전자가 사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테슬라는 장애물 식별 능력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사고는 운전자가 한눈을 파는 사이 카메라가 하얀색 트럭을 하늘로 착각해 속도를 줄이지 않아 발생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2단계 자율주행을 상용화했다. 2단계는 두 가지 이상의 운전지원기술을 조합해 안전도를 크게 높인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과 G80이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을 유지하는 ‘레인키핑어시스트’를 조합해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한 것이 대표적 2단계 기술이다.

대부분 업체는 2020년께 3단계, 이르면 2025년부터 4단계 자율주행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2위 완성차업체 포드는 지난달 ‘2021년 운전대나 액셀·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4단계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자율주행을 완성하는 ‘커넥티드카’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서 내세우는 지향점은 ‘안전’이다. 자율주행을 위해 온갖 첨단기술을 적용하면 차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차를 팔려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5월 테슬라의 교통사고는 자동차 혼자 힘으로는 무(無)사고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차량을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다른 차량, 신호등, 교통당국의 데이터베이스 등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전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커넥티드카’다.

커넥티드카 기술을 통해 차량은 주변 차량의 상태와 전체 교통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최적의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차들도 CCTV 등을 통해 교통당국이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제공해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커넥티드카는 자율주행 안전도를 높이는 역할뿐만 아니라 차량을 ‘달리는 컴퓨터’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휴대폰에 인터넷을 연결한 스마트폰처럼 자동차와 통신망을 연결해 전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 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합종연횡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푸조·시트로앵은 IBM과 빅데이터 합작사를 설립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