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친환경자동차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쾌속질주를 거듭하고 있지만 한국 친환경차업계는 뒷걸음질치는 정부의 정책 지원에 속을 태우고 있다.
중국 '전기차 굴기' 무섭게 달리는데…한국, 보조금 되레 깎아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오른 중국

올 1분기 중국에서는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친환경차가 작년(2만7271대)보다 113% 늘어난 5만8125대 팔렸다. 같은 기간 한국에선 친환경차가 165대 팔려 전년(223대)보다 판매량이 24%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기가스 조작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 제도가 미흡해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0년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2011~2015년)을 세울 때 친환경차산업을 ‘7대 신흥 전략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 내 공장 건설을 신청하면 친환경차 생산라인 구축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거는 방식으로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 관련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전기차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친환경차 구매세 감면(2017년까지),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차량 중 친환경차 비중 30%로 확대(2016년까지), 충전 인프라 확대,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연장(2020년까지)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베이징 우한 시안 등 지방정부도 별도로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구매에 3만위안을 보조금으로 주면 지방정부는 3만위안을 추가로 얹어준다. 두 보조금을 더하고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전기차 가격은 가솔린차 수준까지 떨어진다.

베이징 등 10여개 도시에서는 차량 5부제 시행 대상에서 전기차를 면제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자동차 번호판을 신청하면 추첨이나 입찰을 통해 신규 차량 공급을 통제하지만 전기차는 예외다. 상하이에선 즉시 발급하고 베이징은 별도 추첨을 통해 빨리 번호판을 내준다.

중국의 2015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은 20만7382대다. 미국은 약 11만5000대를 팔았고, 유럽은 19만3439대를 판매했다. 2011년 8159대에 불과하던 중국 전기차 시장은 4년 만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뒷걸음질치는 정책에 침체된 한국 시장

2011년부터 작년까지 시행한 한국 정부의 ‘2차 친환경차 보급 계획’ 달성률은 55%에 불과했다. 8만5700대로 목표를 잡았던 전기차 보급량은 4900대에 머물렀다. PHEV 역시 4만4000대 보급 목표를 세웠지만 60대만 팔렸고, 수소연료전기차(FCV)는 1만1000대가 목표였지만 40대만 판매됐다.

“한국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작한 제3차 보급 기본계획을 통해 FCV 2750만원, 전기차 1200만원, PHEV 500만원, 하이브리드차 100만원의 보조금을 편성했다. 기존에 1500만원이던 전기차 보조금은 300만원가량 줄었다.

종전에는 무료로 쓸 수 있던 전기차 급속충전기 역시 올초부터 전기요금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친환경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높은 차량 가격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기오염 기준이 한국이 중국보다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