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공장 직원들에게 근로시간을 대폭 늘리자고 요청했다. 지난달 기간제 직원 1400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판매량 증가와 신차 출시에 따른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요타가 근로시간 연장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노조의 반대로 근무시간 조절은 물론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전환 배치 등도 하기 어려운 한국 자동차업계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도요타가 노사 협상을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을 입수해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전례 없는 수준의 추가 근무를 계획하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평일 근로시간 연장은 물론 주말 등 휴일 잔업까지 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고 1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도요타는 평일에 두 시간 더 일하고 휴일에도 4교대로 근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도요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었을 때와 지난해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자동차 수요가 급증했을 때 추가 근무를 시행했지만 이번 계획처럼 강도가 세지는 않았다.

도요타가 직원들에게 추가 근로를 요청한 것은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신모델이 곧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도요타의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1023만대로 2011년(794만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도 586만대가 팔렸다. 신형 프리우스 양산체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판단이다.

도요타가 노조에 이 같은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쌓은 노사 간 신뢰 덕분으로 분석된다. 도요타는 1950년 전후 경영 악화로 직원 10%에 이르는 1500여명을 정리해고하고 창업자를 포함한 경영진도 물러났다. 이후 임금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고용을 보장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도요타 노조는 1962년 노사 협력 선언 이후 올해까지 53년째 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9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는 등 4년 연속 파업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 등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파업을 벌였다. 올해도 통상임금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사 간 의견이 대립하는 안건이 많아 파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노사 대립으로 현대차의 국내 생산은 정체 상태다. 현대차 국내 생산량은 2012년 19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87만대로 줄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