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아 닛산·인피니티 비전과 네크워크 확대 계획

한국닛산의 기쿠치 다케히코 대표이사가 내년 시행을 앞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에 대해 "1∼2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7월 1일 한국 지사로 부임한 기쿠치 대표이사는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저탄소 세제 정책의 도입은 필연적이지만 처음부터 너무 극단적이면 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면서 "내용은 빨리 정하고 최소한 1년 또는 2년의 준비기간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쥬크·패스파인더·Q50·QX60·전기차 리프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으로 신차를 선보인 기쿠치 대표이사는 하반기 디젤 엔진을 탑재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캐시카이를 소개하고, 유통망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모터쇼에 캐시카이를 내놓고 반응을 살펴보니 한국 시장에서 선호하는 디젤차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특성을 갖춰 호응이 뜨거웠다"면서 "신차가 알티마에 이어 닛산의 주력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7년 유럽에서 첫 출시한 캐시카이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기록한 인기 모델로, 국내에는 2세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각국에서 서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본사와 물량 배정을 둘러싸고 열띤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3월까지 닛산·인피니티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15개인 닛산 전시장은 18개로, 12개인 서비스센터는 14개로 확충하고 인피니티는 전시장(8개)을 1∼2곳, 서비스센터(10개)를 1곳 더 추가하겠다는 각오다.

또 2016년까지 영업이익률과 시장점유율을 각각 8%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닛산의 중장기 비전인 '닛산 88' 달성 시점에 맞춰 국내 전시장도 닛산 30개, 인피니티 15개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두루 경험한 기쿠치 대표이사는 한국 고객에 대해 "차를 선택하고 구매하고 운전하는 전 과정을 즐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연비·친환경 등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과 중국은 차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 차량 교체 주기가 비교적 짧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한국 고객들은 특히 차를 즐기는 성향이 강하고, 최근엔 '고급 세단·대형차·검은색' 등의 정해진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조짐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일 디젤차가 수입차 시장을 장악함에 따라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판매 대수가 작년보다 30.8%, 혼다는 33.7% 감소하는 등 일본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유독 닛산은 판매가 49.3% 늘었다.

특히 인피니티는 무려 213.9%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비결을 묻자 기쿠치 대표이사는 뜻밖에 "우리는 일본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닛산 임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고, 인피니티는 아예 본사를 홍콩에 두고 상품기획 등도 전부 홍콩에서 진행한다"면서 "인력 구조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각국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브랜드의 부진에 대해서는 "연비, 디젤, SUV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런 수요에 얼마나 잘 대응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Q50 등 트렌드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의 디젤차를 발빠르게 도입했고, 알티마도 가솔린이지만 공인연비보다 실주행연비가 더 잘 나온다고 그는 설명했다.

쥬크나 패스파인더 등 다양한 수요에 맞는 신차들도 실적을 보조했다.

기쿠치 대표이사는 상위권의 독일 4사를 따라잡기 위해 내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주력 모델인 알티마와 Q50의 예약주문 물량(백오더)이 상시 100여대와 200여대씩 쌓여 있고, 하반기 캐시카이까지 가세할 예정이라 물량 확보만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두자릿수를 달성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닛산은 2개 디자인이 최종 후보로 오르면 좀 더 도전적인 쪽을 선택하는 등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열정이 있다"면서 "내년에도 고객에게 남다른, 두근두근하는 즐거움을 주는 신차를 소개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디젤차 열풍에 대해서는 "한국의 모든 차가 디젤차가 되면 고객이 과연 행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장 잘 팔리는 디젤차에 집중하는 대신 디젤·가솔린·하이브리드·전기차 등 풍부한 라인업으로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는 국내 완성차업계에는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뒤처질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20∼30년 전에는 닛산에도 강경 노조가 있어 경영진과 대립했지만 갈등이 깊어질수록 회사 경쟁력은 떨어졌다"면서 "한국 업체들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