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게…더 날렵하게…미니 밴 '봄 쟁탈전'
봄이 다가왔다.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2월4일)과 싹이 튼다는 우수(2월19일)가 지난 지 오래인 만큼 이미 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온도 벌써 예년 수준을 웃도는 영상 10도를 오르내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일찌감치 ‘미니 밴’으로 봄맞이에 나서고 있다. 주말마다 산과 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캠핑족을 잡기 위해서다. 수입차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캠핑 인구가 늘면서 국산차의 독무대였던 미니 밴 시장을 빼앗기 위해 다양한 신차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제 공격 나선 수입차

그동안 미니 밴에 뜨뜻미지근했던 수입차 업계는 연초부터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애써 들여와도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은 옛말이다. 북미나 유럽에서 잘 통했더라도 한국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의구심도 버린 지 오래다.

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보이저’
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보이저’
포문은 미국 크라이슬러가 열었다. 지난 4일 7인승 미니밴 ‘뉴 그랜드 보이저’를 선보였다. 1983년 처음 내놓은 뒤 전 세계에서 1300만대가량 판매한 스테디셀러다. 좌석을 자유롭게 이동시켜 내부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게 했다. 2열 좌석은 떼어낼 수 있고 3열 시트는 바닥으로 완전히 접을 수 있어 짐이 많은 캠핑족에게 적합하다.

이 차량은 3.6L 가솔린 V6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최고 283마력의 힘을 낸다. 연비는 L당 7.9㎞이며, 가격은 6070만원이다.

혼다 ‘2014년형 올 뉴 오딧세이’
혼다 ‘2014년형 올 뉴 오딧세이’
크라이슬러가 힘을 내세웠다면 일본 혼다는 날렵함으로 승부했다. 이 회사가 지난 6일 내놓은 ‘2014년형 올 뉴 오딧세이’는 가벼운 세단을 모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 주력한 미니 밴이다. 기존 오딧세이를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한 모델로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시속 64㎞로 달리면서 파손 정도를 측정했는데 올 뉴 오딧세이가 가장 안전한 등급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 그랜드 보이저와 같은 3.6L급 가솔린 엔진과 6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연비(9.1㎞)와 가격(5190만원)에선 뉴 그랜드 보이저보다 더 낫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은 ‘첫째도 연비, 둘째도 연비’를 강조하고 있다. 시트로엥은 다음달 말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그랜드 C4 피카소’의 연비는 L당 26.2㎞로 경쟁 차량을 압도한다. 디젤차인 데다 유럽 기준 연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6㎞대는 7인승뿐 아니라 전체 미니 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시트로엥은 프랑스 화가 피카소라는 이름이 차량 판매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일과 일본차에 비해 뒤지는 프랑스 차의 이름값을 피카소라는 거장이 만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 다른 수입 밴에 비해 싼 5000만원 안팎으로 차값을 정할 계획이다.

‘밴의 황제’ 카니발 컴백이 변수


올해 캠핑카 시장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기아자동차 카니발의 변신이다. 올 2분기 중 캠핑카 베스트셀링 모델인 카니발이 9년 만에 완전히 탈바꿈한 형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4세대 카니발이 국내 캠핑카의 지존이라는 명성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 L당 8~12㎞대인 연비와 3000만원 안팎인 가격이 어떻게 바뀔지 보고 캠핑카 구매 여부를 결정하려는 대기 수요도 밀려 있다.

기아차는 “4세대 카니발이 3세대 모델보다 혁신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기아차는 스마트폰에 저장한 동영상을 차량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는 미러링 서비스를 4세대 카니발에 넣을 계획이다.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내부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내부
쌍용자동차는 4세대 카니발이 나오기 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9인승 디젤 미니밴 ‘코란도 투리스모’를 판매하고 있다. 11인승이던 이전 모델을 9인승으로 바꿔 2종 보통 운전면허 소지자도 운전할 수 있게 했다.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바꿔 승합차에 적용되는 속도 제한(110㎞) 규제에서도 자유로워졌다. 7인승이 대부분인 수입 밴이 꿈꿀 수 없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