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 3공장 본관 전경. 연산 30만대 규모인 이 공장에 추가로 15만대 생산설비를 완공해 올해 말 45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 3공장 본관 전경. 연산 30만대 규모인 이 공장에 추가로 15만대 생산설비를 완공해 올해 말 45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 공장. 1만여명이 일하는데도 휴대폰을 쓰거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를 볼 수 없었다. 반장급 근로자에게 휴게실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묻자 “휴게실은 식사시간, 휴식시간, 라인 투입 전에만 들르는 곳”이라고 답했다. 휴식은 2시간에 15분씩 주어지지만 작업 재개 벨이 울리기 1분 전에는 모든 근로자들이 라인에 대기했다. 베이징현대 공장에서 18초마다 차량 1대가 척척 출고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8초당 1대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자동차공장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혼류생산·노동유연성이 강점

현대차는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연간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며 중국 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와 주문량에 따라 한 생산라인에서 3~5개의 모델을 함께 만드는 혼류생산에 바탕을 둔 노동유연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베이징현대는 3개 공장에서 아반떼, 투싼, i30 등 12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7월 완공한 3공장은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3공장에는 올해 말까지 15만대 생산라인이 증설된다. 이렇게 되면 베이징현대의 생산 차종은 모두 13개, 연간 생산 규모는 105만대가 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공정은 차종별로 생산·조립라인을 따로 갖춘다. 그러나 베이징현대는 혼류생산(1공장 5개, 2공장 4개, 3공장 3개)을 통해 수요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생산량 조절은 물론 다양한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장비고장으로 라인 멈추면 휴식·식사시간에 손실분 만회

◆돋보이는 생산 속도

베이징현대는 생산 속도도 돋보인다.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를 나타내는 UPH는 2공장이 68대, 1공장과 3공장은 각각 66대다. 3공장은 증설 후 99대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3개 공장의 평균 UPH는 78대가 된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혼류생산(아반떼, i30)하는 울산3공장 2라인(35대)과 비교하면 시간당 43대를 더 만드는 셈이다.

베이징현대는 빠른 속도로 생산성을 높여왔다. 2007년 현대차 국내 공장에선 대당 투입되는 총시간인 HPV(단위 시간)가 30.5시간이었고 베이징 공장은 23.5시간이었다. 5년 후인 지난해 국내 공장은 제자리였으나 베이징 공장은 18.8시간으로 낮아졌다.

조립라인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인원 비율을 나타내는 편성효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공장은 53.5%였으나 베이징현대는 90%였다.

◆자유로운 인력 재배치

베이징현대 공장은 인력 운영 효율성도 높다. 노조의 협조 덕에 국내 공장처럼 인력 재배치를 고민하지 않는다. 한 예로 2008년 일감이 늘어난 베이징현대 2공장 소요 인원의 70%를 작업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1공장에서 충원했다. 2009년에는 1공장 차체라인 작업자 전환배치를 10일 만에 해결했다.

생산라인이 멈춰설 경우 베이징현대 공장의 근로자들은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이용해 중단된 시간만큼 라인을 돌려 손실분을 만회한다. 이런데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7000위안(약 126만원)에 불과하다.

김태윤 생산본부장은 “베이징현대는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생산 판단이 서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이처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생산체제가 중국 내 현대차 열풍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