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장비 판매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팻 올니 볼보건설기계그룹 회장(45)은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건설기계 업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볼보건설기계그룹(볼보CE)은 2011년 매출 649억8700만크로나(약 11조원)로 미국 캐터필러, 일본 고마쓰와 함께 세계 3대 건설기계 기업으로 꼽힌다.

올니 회장은 “올 1월부터 중국 시장 휠로더(건자재 운반 장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며 “기초 원자재용 장비 판매가 늘어나는 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시진핑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 세제를 개편하고 기업 투자 정책을 바꿀 수 있으므로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올니 회장은 이날 창원 KBS홀에서 열린 ‘볼보CE 2013~2015년 로드쇼’에서 창원공장 임직원 1500여명에게 제품 라인업 확대, 신흥시장 공략 강화 등 ‘미래대비 전략’을 설명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그는 이어진 Q&A 세션도 직접 진행했다. 한 직원이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하자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비핵심 부품은 조달해 오는 게 좋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룹의 전략 발표회를 창원에서 가장 먼저 연 이유에 대해선 “창원공장이 굴삭기 제품을 연구·개발(R&D)하고 관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그룹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볼보그룹은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 창원공장을 굴삭기 전용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이곳에서 굴삭기의 ‘심장’과 ‘힘줄’ 격인 유압조절기(MCV)와 컨트롤 실린더를 만들어 전 세계 볼보 공장에 납품한다. 굴삭기 생산량은 연간 1만5000대 규모다.

올니 회장은 “중국, 동남아 등 이머징마켓 판매 비중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보CE는 2002년 20 대 80이던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 시장의 판매 비중을 2012년 50 대 50으로 만들었다. 브라질, 인도 등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해 판매하는 전략을 폈다. 물류비를 아끼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중국 경기가 부진한 영향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부품과 제품의 재고를 최대한 줄여 현금흐름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니 회장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듀얼(dual) 브랜드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합작법인인 SDLG는 저사양 제품을, 볼보 브랜드로는 고사양 제품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그는 “고화질과 저화질 TV가 있듯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이라며 “SDLG는 볼보 브랜드 대비 20~30% 싸지만 볼보 제품 특유의 ‘견고함’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40대에 회장직에 오른 비결을 묻자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업무 파트너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올니 회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현장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 일정 후에는 중국과 몽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나날이 발전하는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가 제2의 중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니 회장은

회계사로 출발해 40대에 세계적 건설기계회사 최고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회계컨설팅회사 PwC에 들어갔다가 1996년 건설회사인 챔피온의 도로장비사업부로 옮겼다. 1997년 볼보가 이 회사를 인수하며 인생이 달라졌다. 재무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33세 때인 2001년 볼보CE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고 모터그레이더 부문장, 도로장비 부문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두루 거쳤다. 이때 전 공장의 고정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품 품질을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볼보건설기계부문 회장(CEO)에 올랐다.

창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