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5일오후2시30분

범한진가(家) 2세인 조현호 CXC 회장(49)이 한국종합캐피탈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조 회장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의 장남이다. 동부그룹과 손잡고 재무적투자자(FI)로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나선 지 한 달도 안 돼 잇따라 인수·합병(M&A)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로 2조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아지아(Ajia)의 공동 대표이기도 한 조 회장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고, 왜 캐피털사를 인수하려는 것일까.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목표는 수입차 유통, 중고차 판매, 렌터카, 캐피털, 보험 등 자동차사업에서 제조를 뺀 나머지 모두”라고 전했다.

○“자동차 제조 빼고 모두 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종합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CXC, 하이티넘홀딩스, 신안캐피탈, 아시아인베스트먼트캐피탈홀딩스 등 15곳이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대상 지분은 36.29%(2231만8771주)로 예상 금액은 대략 2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에선 CXC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캐피털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실수요자라는 이유에서다.

CXC는 작년 10월 옛 금호오토리스(현 CXC캐피탈)를 인수했고, 올 3월엔 CXC모터스를 통해 미쓰비시자동차 독점 수입권을 따내는 등 수입차 유통 시장에 진출했다. 크라이슬러(용산), 피아트(분당), 푸조·시트로앵(서울 강서 등) 딜러권도 확보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엔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애시턴마틴도 수입할 계획이다.

렌터카 시장에도 진출했다. 300여대를 갖췄으며 유통망 확보를 위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마트에 CXC모터스의 렌터카 대리점을 두기로 했다. 조 회장이 한국종합캐피탈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재계 전면에 나서나

조 회장은 올 3월 미쓰비시자동차와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향후 비전을 밝혔다. “올 하반기 CXC인슈런스를 설립해 캐피털, 보험, 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손해보험 쪽으로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IB업계에선 CXC가 다음달 예비입찰이 예정돼 있는 그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손해보험엔 새마을금고, 신안그룹, BS은행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구상이 완료되면 CXC는 SK네트웍스와 사업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고, 캐피털과 렌터카 사업이 핵심 축인 아주그룹과도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조 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 대우자동차판매 인수전에 뛰어든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 명문 사립 초·중·고교와 브라운대, 와튼스쿨 MBA를 나왔다. 선친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이 미국에 터를 잡으면서 그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BoA 등 미국 IB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2000년 아시아 주요 재벌 2세들과 아지아라는 사모펀드(PEF)를 설립했다.

PEF를 운용하면서 쌓은 막강한 자금 동원 능력에다 전 세계 유력자들에 닿아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조 회장의 장점이라는 게 재계의 평이다.

동부그룹과 제휴하게 된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도 조 회장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재벌들과 연(緣)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일렉은 유독 동남아에 판매 루트가 없는데 이를 조 회장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 미쓰비시, 피아트 가문의 자제들과도 동문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