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혼·닛' 일본차 3총사, 한국서 모두 적자 굴욕
“올해 한국 시장에서 2만700대를 판매하겠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이 지난 2월 중형 세단 ‘신형 캠리’ 론칭 행사에서 한 말이다. 신형 캠리를 앞세워 도요타가 1만3000대를,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가 7700대를 각각 판매해 2만대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1~7월까지 렉서스를 포함한 한국도요타의 판매실적은 8516대. 이 추세라면 올해 1만5000대를 넘기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신형 캠리의 신차효과가 사라지고 신형 렉서스 GS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낮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이 올해 상반기 20.5% 성장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수입브랜드 3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엔고까지 이어져 고민이 깊다.

◆한국닛산 손실 업계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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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결산 법인인 일본 브랜드 3사가 2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3사 모두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손실폭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요타는 2011년도 매출이 3914억원으로 2010년의 4233억원보다 7.5%(319억원) 줄었다. 영업손실은 2010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329억원으로 153.0%(199억원) 늘어났다.

혼다코리아와 한국닛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혼다코리아는 매출이 2010년 1993억원에서 지난해 1195억원으로 40.0%(800억원)이나 감소했다. 적자폭도 41억원에서 149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닛산은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0년 2471억원에서 지난해 1384억원으로 44.0%(1087억원) 급감했다. 영업손실도 212억원에서 346억원으로 63.5%(134억원) 늘어나 수입차 업체들 중 가장 많았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차를 일본에서 수입해올 때 엔고로 인한 환차손 영향이 크다”며 “일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차를 들여오는 경영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고 말했다.

◆힘 잃은 주력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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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주력 모델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품질과 디자인이 개선된 국산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위로는 독일차 3사의 공세에 끝없이 밀리고 있다.

한국닛산의 주력 모델인 박스카 ‘큐브’는 지난해 8월 출시 후 연말까지 2256대가 팔렸지만 올해 1~7월까지 1001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박스카 ‘레이’가 출시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이동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 역시 신차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까지 총 216대가 팔렸다. 지난해 판매량(1124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연간 판매량도 2010년 6642대에서 지난해 5954대로 감소했다. 올해는 7월까지 1934대를 기록해 연간 판매량이 4000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혼다는 지난해 11월 말 출시한 준중형 세단 ‘시빅’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206대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130대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혼다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안에 미니밴 ‘오딧세이’와 SUV ‘파일럿’ 등 북미산 모델을 론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요타는 3사 중 유일하게 판매실적이 늘어났다. 하지만 신형 캠리가 7월까지 3292대 팔려 연간 목표치(7200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