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글로벌 1위 자동차 메이커인 미국 GM과 손잡고 전기자동차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져 어려움을 겪어온 LG는 전기차 분야에서 그룹의 미래 활로를 찾을 방침이다.

LG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본사에서 댄 애커슨 GM 회장과 조준호 ㈜LG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협약을 지난 24일(현지시간) 맺었다. 양사는 향후 GM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미래 전기차용 핵심 부품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

LG는 협약 체결 후 전기차 솔루션 분야를 △태양전지,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등의 에너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수처리,종합공조 등 리빙에코 △헬스케어와 함께 4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본무 회장의 전기차 승부수


LG가 전기차 사업을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게 된 데는 구 회장의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구 회장은 LG화학이 GM 전기차에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미국에 착공한 배터리공장 기공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다짐했다.

지난 2월엔 충북 오창 LG화학 전지공장을 찾아 "기술이 지금 앞서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연구 · 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해 사업을 계속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4월 구미 LG전자 사업장에선 "치열하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부품 · 소재사업을 LG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그동안 LG화학을 중심으로 GM의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등을 위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주력했으나 이번 협약 체결로 LG전자와 LG이노텍,V-ENS 등도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동력전환장치),공조시스템 등의 분야 사업에 본격 나서게 됐다. GM은 동력 계통과 전기모터시스템 제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고,차량 디자인과 제품 및 부품 품질,차량 안전과 관련한 제품 인증을 맡는다.

LG그룹은 LG화학이 쉐보레 볼트용 배터리의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 GM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고,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운행된 쉐보레 크루즈 시험용 전기차에 대한 공동 개발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LG의 숨겨진 전기차 기술력

LG는 GM과의 제휴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산업의 핵심 분야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2025년까지 자동차 평균연비를 ℓ당 23.0㎞로 높이기로 하는 등 주요 시장에서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게 LG 측 판단이다. 그룹 관계자는 "GM이 앞으로 LG의 핵심 솔루션을 장착한 전기차를 본격 생산할 경우 일정 기간 핵심 부품과 솔루션을 독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LG는 LG전자와 LG이노텍의 전자 분야 외에 자동차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2004년 LG CNS에서 분사한 V-NES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설계 및 생산기술 개발,부품개발 사업 등을 벌여왔다. 말레이시아 프로톤,중국 지리,인도 타타 등 신흥국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일본 도요타 계열 브랜드인 다이하쓰의 의뢰를 받아 자동차 개발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는 전기차 설계에도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엔 LG화학 요청으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팩 모듈을 설계했고 말레이시아 프로톤의 '사가'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LG는 본격적인 전기차 솔루션 사업에 앞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전기차 부품공장을 짓기로 하고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LG전자를 중심으로 수만평 정도의 부지를 확보해 빠른 시일 안에 생산 및 연구시설을 지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투자액은 3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