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의 차,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차,달리는 별장 혹은 달리는 요트….'

롤스로이스를 일컫는 단어들이다. 세계 최고의 명차를 꼽으라고 한다면 롤스로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차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롤스로이스'하면 '고급차'를 떠올릴 만큼 명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귀족 집안의 롤스와 빈민가 출신의 로이스가 의기투합해 1906년에 설립한 회사다. 자동차 레이서이자 판매업자였던 찰스 롤스는 엔지니어인 헨리 로이스가 제작한 차를 타보고 우수한 성능에 반해 그와 손을 잡았다. 이후 실버고스트,20,팬텀 시리즈를 선보이며 최고급 세단이라는 명성을 쌓아갔다.

영국 황실 뿐 아니라 세계적인 귀족과 갑부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롤스로이스는 명차로서의 자존심도 대단했다.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아이젠하워가 장군 시절 롤스로이스를 구매하려다가 롤스로이스사로부터 '일개 장군'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이후 미국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는 롤스로이스로부터 대통령 관용차 선물을 제안받자 '미국 대통령이 영국차를 탈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앙갚음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부의 상징'이긴 하지만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차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롤스로이스는 명차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했다.

한 때 벤틀리를 인수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해 나가던 롤스로이스는 경영난에 빠져 1998년 폭스바겐 그룹에 합병됐다가 이후 BMW그룹에 최종 인수된다.

이때도 '영국의 자존심'이 독일에 팔렸다고 해서 영국인들이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것이 화제가 됐을 만큼 롤스로이스는 영국과 영국 황실,그리고 귀족을 대표하는 차였다.

BMW그룹은 롤스로이스를 인수한 지 4년 만인 2003년,1991년부터 생산이 중단됐던 팬텀을 부활시킨다. 최고급 모델인 '팬텀'은 파르테논 신전을 상징하는 웅장한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6800㏄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성능은 물론이고 롤스로이스 전통의 품격 있는 디자인과 '달리는 요트,별장'으로 불릴 정도의 내부 첨단장비를 갖췄다.

'팬텀(Phantomㆍ유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도 흥미롭다. 롤스로이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최고를 추구하라'는 사훈 아래 숙련된 엔지니어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덕분에 시동이 걸린 상태라면 당연히 들려야 할 기본적인 엔진음이나 고속으로 달릴 때 바람이 내는 풍절음,실내 이음부분의 작은 잡소리까지 완벽하게 잡아냈다. 유령처럼 소리없이 다가오고 달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팬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최욱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